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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토마토칼럼)권오준 포스코회장, 용기와 만용 사이

2016-12-21 08:00

조회수 :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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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공식적으로 연임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그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연임 뜻을 밝힌 걸 두고 '용기냐, 만용이냐?'는 식의 뒷말들이 무성한 것이다. 
 
권 회장은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선임 과정 자체가 비선실세들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는 검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를 거치면서는 권 회장이 최씨 등의 국정농단에 직접적, 적극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으로까지 비화된 상태다. 
김종훈 산업2부장.
 
검찰은 포스코가 최순실씨의 요구로 김영수 대표를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의 사장에 앉힌 뒤, 최순실이 실소유한 광고 기획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포레카를 넘기려 했다는 혐의를 일부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권 회장과 접촉했던 사실도 밝혀냈다. 그리고 포레카 강제인수에 직접 가담했던 차은택씨나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만 구속됐지만, 아직 특검수사가 남아 있다. 특검은 벌써부터 기업들이 최씨 등 비선들에게 건넨 돈의 대가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엘시티와 관련한 포스코의 행보는 핵폭탄급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반대하고 꺼려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의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개발사업에 중국 대형업체도 손을 들고 나갔고, 국내 건설업체 모두가 기피했지만 의외로 포스코건설이 '백기사'로 나섰다. 그것도 '책임준공'까지 약속 하면서….
 
포스코건설이 엘시티에 시공사로 들어가면서 리스크를 떠안아가며 책임준공을 약정한 것은 업계의 관행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포스코건설이 일종의 담보 역할을 하면서 엘시티는 표류했던 자금조달에 물꼬가 트인다. 그해 9월에는 1조7800억원 규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성사됐다.
 
이같은 일련의 배경에 비선실세들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이미 여러 모로 제기되어 있는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국건축이 포기하고 나간 사업인 만큼 사업성 검토, 계약 조건 변경, 정산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데도, 짧은 시간에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고위임원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부 건설사가 시공을 포기한 엘시티에 포스코건설이 참여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점 등 포스코 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포레카 매각, 미르 및 K스포츠재단 출연 논란 등이 모두 권 회장 재임 기간에 이뤄졌다. 그래서 권 회장에게 우호적인 CEO후보추천위가 연임을 결정한다 해도 권 회장이나 포스코가 정당한 리더십을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포스코의 해명을 감안하면 권 회장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많을 것이고, 연임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짐작 된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들은 무조건 부인하면서 연임을 밀어부치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특검 수사를 통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건의 실체를 확인한 뒤에 하는 것이 도리 아니냐는 생각이다.
 
김종훈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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