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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피플)"사회적 기업가는 초심 잃지 말고 어두운 세상 밝혀야"

지역사회 돕는 게 사회적 기업의 존재 이유…좋은 아이디어 있다면 도전해볼 만

2016-12-15 16:00

조회수 : 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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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라운드를 누비던 젊고 건강한 청년이 있었다. 축구선수 생활을 접고 일본에서 사업가의 길을 선택한 그. 외환위기(IMF) 당시 좌절의 나락에 떨어진 수많은 사업가들 처럼 그 역시 실패와 실패를 거듭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사기마저 당했다. 사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극심한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사람들을 피해다니던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시도까지 했다. 다행히 아내와 자식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는 다시 한번 삶을 선택했다. 사람들을 피해 아무 연고가 없는 안성으로 터전을 옮겼다. 그곳에서 그의 새로운 삶이 시작했다. 지역 자활센터를 통해 자활의 대상이었던 그는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했다. 자활기업이자 사회적기업, 청소대행업체 피플크린의 이광훈 대표다.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지난 13일 늦은 저녁,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광교비즈니스센터에 즐거운 축제가 벌어졌다.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업 정보를 교환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의 밤'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부터 3일간 경기도 사회적기업 인증 심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광훈 피플크린 대표는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상임대표로서 인증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이날 자리에 참석했다. 바쁜 일정 속 잠시 시간을 낸 이 대표는 행사장 옆 카페에 마주앉아 사회적기업가, 또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로서의 삶을 이야기했다.

자활의 대상에서 자활사업가로
"살려고 노력했어요. 우연히 찾은 지역 자활센터를 통해 자활대상에서 자활기업의 대표로 변신하게 됐죠."
피플크린의 시작은 자활기업이었다. 당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겪고 있던 이 대표는 새 삶을 찾기 위해 안성에 위치한 지역자활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창업과 관련한 교육을 받게됐고 기업가로서 새로운 인생설계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배웠고 남들은 2~3년 걸리는 교육을 5개월만에 수료했다"며 "시에서 창업 지원금 5000만원을 받아 저와 같이 상황이 어려운 기초수급자 6명을 데리고 청소용역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1년 그렇게 피플크린이 시작됐다. 기초수급자를 고용, 운영하는 자활기업의 형태였다. 사회적 기업으로의 변신도 그리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창업 직후 시청에 청소용역 담당 공무원에 영업을 하러 찾아갔는데 사회적 기업이냐고 묻더라"며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사회적기업을 하면 유리하게 계약할 수 있다는 말에 그렇게 사회적기업의 길로 들어섰다"고 멋쩍게 웃음지었다.
 
그러던 그가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의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 것은 중간 지원조직격인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세상을 만나면서다. 이 대표는 "돈을 벌어 사회서비스에 3분의 2를 환원하고 사회공헌 실적까지 내야한다니 사회적기업은 기업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였다"며 "그러던 중 주태규 사람과세상 사무국장을 만나면서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느날 우리 근로자들의 얼굴을 보는데 저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피플크린의 직원수는 15명, 올해 예상 연매출은 6억원 수준이다. 사장과 직원 구분없이 동등한 월급을 받아간다. 직원들은 50대 초반의 여성들이 주를 이룬다. 다들 소외계층이다. 이 대표는 "한번은 강원도 주문진 바닷가 콘도로 회사 야유회를 갔었는데 그곳에서 여사님들이 다들 눈물을 흘리시더라"며 "왜 좋은날 우냐고 물으니 태어나서 바다를 처음 와보셨다고 하더라.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이분들과 평생 함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은 약자를 돕는 사업 
사회적기업의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사회적기업 지원을 위한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조항이 있다고 하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한 만큼 영업을 하고 계약을 따내는 일은 매번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사회적기업 인증서와 영업제안서를 들고 기관을 방문하면 잡상인 취급받을 때가 많았다"며 "하지만 사회적기업도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인 만큼 자성과 개선을 반복했다"고 토로했다.
 
그가 체득한 영업론은 '윤리적 소비'에 대한 설득이었다. 이 대표는 "영업은 구걸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자기가 지출하는 금액이 사회적 약자를 돕고, 지역사회에 환원이 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 3년간 성장을 거듭하던 피플크린은 다시한번 변신을 시도한다. 자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 돕기에 나선 것. 이 대표는 "자활센터에서 도움을 받아 기업을 설립하게 됐는데 어려움을 겪는 다른 자활기업들을 저버리는건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피플크린은 그때부터 사업영역을 청소에서 방역소독까지 확장하고, 다른 기업들에게 기술을 무상으로 전수해주는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경기도 내 12개 회사를 모아 '아리엘'이라는 방역소독 브랜드를 론칭, 대기업들을 상대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아리엘 협동조합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경기도 평택 확진병원을 돌며 차단 방역 활동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활동을 벌였다"며 "이에 경기도와 도내 긴급재난대응팀으로 아리엘을 선정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피플크린의 성장은 이 대표에게 큰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아리엘 론칭과정에서 경기도 내 사회적기업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올해 1월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상임대표로 선출될 당시 협의회 활동 자체가 많이 침체돼 있었다"며 "가라앉은 협의회 활성화를 위해 각 지역을 돌며 사회적기업 대표들을 만났고 그 결과 취임당시 150개였던 회원사를 1년만에 240개로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회 일에 회사 일이 소홀해진 부분은 있지만, 희생을 통해 경기도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될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강조했다. 
   
이광훈 피플크린 대표.사진/뉴스토마토
 
"사회적기업 하나하나가 촛불…세상을 바꿀것"
 
경기도를 대표하는 사회적기업가로 자리매김한 이 대표에게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묻자 '촛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이번에 촛불집회을 통해 역사적 순간을 보지 않았나"라며 "하나의 초가 모여 큰 휏불을 만들어낸 것처럼, 사회적기업 대표 한분한분이 자기의 몸을 태워 밝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 지금 이런 어지러운 시국이 아니라 좀 더 밝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세상을 보여줘야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문화는 미흡한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누가 해주길 기다리지말고 스스로 홍보하고 사회적가치를 이뤄내기 위해 솔선수범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나서 초심을 잃지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청년창업가들에게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바로 도전하라"고 권했다. 그는 "오늘 오전 신문을 통해 이번 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장래희망으로 협동조합 연구원을 꼽았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접했다"며 "현재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사회적기업 창업을 돕는 괜찮은 지원제도들이 상당히 많은만큼 착한기업, 사회적 기업에 청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접근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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