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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이재용 "미래전략실 폐지"…계획된 발언이었나

이건희시대 상징 역사 속으로…"최대 피해자는 오너"…'음지에서 양지로'

2016-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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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폐지를 약속하면서 이병철 선대회장 때부터 이어져오던 삼성의 체제 변화에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룹의 정점에 위치한 미래전략실 폐지는 위계화된 삼성의 수직구조 단절을 의미, 지배구조의 일대 변화를 낳을 수 있는 초대형 이슈다.
 
7일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어제 발표 후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준비한 답변이었다면 오전에 나왔겠지만, 계속되는 질의에 폐지 '검토'를 언급한 것이 폐지 '확정'으로 여론이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기 때마다 컨트롤타워 개편이 있어왔다"며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의도된 발언은 아니었지만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삼성의 후계자가 약속을 한 만큼 지킬 수밖에 없게 됐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위원들의 미래전략실 해체 독촉에 "창업자이신 선대회장께서 만드신 것이고, (이건희) 회장께서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은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지원 등 각종 의혹의 배후로 지목됐다.
 
전신은 비서실…구조본·전략기획실로 생명력 연장
 
미래전략실의 전신은 회장 비서실이다. 1959년부터 1998년까지 총수를 보좌하는 비서실로 운영됐다. 이건희 회장 들어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달리했다. 위기 속에 경영 화두가 구조조정에 집중됐음을 의미한다. 2006년에는 안기부 X파일 사건을 겪으며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꿨다. 이어 2008년 6월 불법증여, 비자금 등과 관련한 삼성 특검으로 해체됐다. 하지만 2010년, 2년5개월 만에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면서 생명력을 이어갔다. 수장은 그룹 2인자로 군림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이재용 체제로 전환되면서 미래전략실은 또 다시 화두가 됐다. 이 회장이 '은둔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현장보다는 자택 경영을 선호해 미래전략실의 필요성은 절대적이었지만, 이 부회장은 부친과 달리 현장경영에 적극적이었다. 비대해진 기능과 권한도 개편의 필요성으로 지목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음지에서 양지로의 변화'로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그 시기는 경영권 승계 이후로 시간표가 맞춰졌다는 게 삼성 핵심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사건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촉발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미래전략실은 또 다시 수난을 맞았다. 3차례에 걸친 검찰의 압수수색과 함께 최지성, 장충기 등 핵심인사들의 이름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장충기 사장은 삼성의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인물로, 이번 최씨 모녀 지원의 당사자로 지목됐다. 시장 신뢰와 실적에 최대 악재가 된 갤럭시노트7 단종도 미래전략실의 조기등판 결정이 배경이 된 거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삼성의 시계도 멈춰섰다. 연말 정기인사와 함께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등 주요 일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내부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멈추면서 삼성도 멈췄다. 미래전략실의 위상과 기능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시대가 변했다. 지시와 복종만으로는 창의의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없다"며 "사실 미래전략실 존재의 최대 피해자는 등에 업힌 오너"라고 말했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탓에 미래전략실은 각 사로부터 임직원 파견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때문에 책임도 없다. 절대적 지위와 권한만 행사할 뿐이다.
 
컨트롤타워 필요성 반론도…개편은 특검 이후
 
미래전략실 폐지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태 때 국가비상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부태를 질타하지 않았느냐"며 "각 사간 조정 등 순기능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중요한 것은 위상이 아니라 기능"이라며 "기능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됐던 역기능은 축소하고 순기능은 되살려 거대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 미래전략실의 기능에 줄곧 비판적 의견을 쏟아낸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고 한 것은 충격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재벌기업집단이 컨트롤타워 없이 경영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미래전략실이 삼성 컨트롤타워이면서도, 비공식적인 기구로 권한과 책임이 일치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일단 미래전략실의 개편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또 개편 시기도 '특검 이후'라는데 이견이 없다. 지난 2008년 폐지 당시에도 특검 종료 후 1주일 만에 전략기획실 폐지를 포함한 경영쇄신안이 발표됐으며, 실제로 해체 완료되는 데 2달 정도가 소요됐다. 방향을 놓고는 여러 갈래의 의견이 나온다. 조직 축소와 삼성전자로의 이동 등 다양한 추측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폐지'에 대한 예측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중요한 것은 이 부회장의 의지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청문회 발언이 단순 돌발성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발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부회장은 그간 미래전략실 유지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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