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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석

(스펙에서 능력중심 채용으로)스펙에 목매는 기업들…취준생들, 명절도 반납

어학점수 등 요구…한국, EU보다 스펙 많이 따져

2016-12-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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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최근 기업들이 학력, 연령, 어학성적 등 이른바 스펙채용관행을 없애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공염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스펙을 보거나 성별, 가족관계, 신체 등의 인적사항을 채용과정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무보다는 임금 등 근로조건을 중심으로 입사지원서를 넣는 구직관행이 고착화하고, 구직행태도 점차 수동적으로 변화하면서 상당수 취업준비생들의 스펙이 어느 기업에서나 통용되는 스펙으로 일률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졸업을 앞둔 청년들은 학벌, 학점, 토익, 해외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십, 수상경력, 성형 등 소위 '9대 스펙' 준비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서울의 ㄱ대학을 졸업한 박모씨(31)는 하반기 공개채용에 대비해 추석명절과 연휴 등을 포기하고 밀린 토익과 자격증 공부, 면접스터디 등 취업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박 씨는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 개라도 더 많은 스펙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명절이나 연휴에 쉴 수 없었다"며 "최근 기업들이 스펙을 보지않고 능력 위주 채용을 하겠다고 하지만 원서에 자격증이나 토익 등의 기재란이 있다. 또 자격증의 경우 가산점도 있어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업에 성공한 동기들이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스펙은 필수라고 대부분 말한다"며 "실제로 면접을 갔을 때도 자격증 보유자나 명문학교를 나온 응시자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을 봤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소홀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청년들의 스펙 쌓기를 강요하는 기업들의 요구는 객관적인 자료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와 고용노동부가 518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채용관행 실태'에 따르면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은 자격(54.9%)이었다. 이어 학력(34.8%), 인턴경력(28.0%), 학점(15.7%), 어학점수(11.2%) 등의 순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65.2%), 제조업(63.7%), 숙박·음식업종(69.7%)에서 자격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기업에서 자격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1000인 이상 기업에서는 학력과 자격을 동등한 비율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규모가 클수록 여전히 많은 스펙을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학력(91.7%)은 50~999인 기업보다 2~3%포인트 덜 요구했지만 학점(85.4%), 어학연수(77.1%), 공모전(50.0%), 인턴경력(68.8%), 사회봉사(41.7%) 등은 20%포인트 이상 더 요구했다.
 
입사지원서에서 직무능력과 무관한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기업의 비중도 여전히 높았다. 가족관계를 요구하는 기업은 78.8%, 병역사항 86.7%, 생년월일 95% 등이었다. 특히 본적을 묻는 기업비율은 9.1%로 아직까지도 10곳 중 1곳은 본적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와 몸무게를 따지는 기업(13.7%), 혈액형(10.3%)을 보는 기업도 있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도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시 중요 요인 : EU 기업과 한국 기업의 비교'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유럽 기업들보다 스펙을 더 따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유럽연합(EU)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위를 더 중요시하며, 학점 및 관련 업무 경험은 덜 중요시했다.
 
EU에 대한 조사에서는 전공의 직무적합성(25.8점), 관련 업무 경험(19.9점), 학점(17.8점)의 중요도가 높게 나타난 반면, 한국의 경우 학위(34.3점)와 전공의 직무적합성(28.0점)의 중요도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EU의 경우 평균 이상의 학점을 보유한 지원자들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했지만 한국 기업은 상위 10%와 평균 이상, 평균 수준의 지원자 간 선호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무와 무관한 전공자가 2년의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경우 EU에서는 21.0%가 취업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7.9%에 불과해 사실상 취업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기업이 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유예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충북지역 ㅊ대학교 4학년인 안모씨(27)는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도 1년이나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졸업을 유예하게 됐다"며 "요즘은 졸업생 신분으로는 취업을 하기가 재학생 때보다 힘들기도 하고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많은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졸업유예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나 지방대를 나온 경우 기업들의 인식이 서울 명문대에 비해 좋지 않아 해외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사회봉사활동 등 이색 스펙을 쌓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제 2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대학교 졸업도 해야하는 상황에서 계속 스펙만 쌓다 시간이 가는 것 같아 눈앞이 깜깜하다"고 푸념했다.
 
스펙에 목을 매는 기업들의 관행 때문에 대학졸업을 앞둔 청년들은 학벌, 학점, 토익, 해외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십, 수상경력, 성형 등 소위 '9대 스펙' 준비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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