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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물고기이야기)겨울 바다의 제왕 '방어'

김종빈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사

2016-12-02 08:00

조회수 : 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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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를 대표하는 생선하면 떠오르는 물고기가 있는가? 잘 생긴 외모 만큼이나 맛 또한 뛰어난 생선, 생선을 대상으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한다면 진·선·미 중 어느 상을 타도 머리가 끄덕여지는 생선. 바로 겨울 바다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방어'다.
김종빈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사
 
방어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 중 대표적인 온대성 어류로 농어목 전갱이과에 속한 바다물고기이다. 등 쪽은 회청색을 띠고, 배 쪽은 은백색이 돈다.
 
우리나라에서는 봄과 여름에 난류를 따라 떼를 지어 북쪽 동해로 이동하다가 가을철 이후 남쪽 바다 제주도 주변 해역으로 내려오는 회유성 어종이다.
 
산란기는 2~6월이며, 동중국해에서 빨리 시작되고 북쪽으로 갈수록 늦어진다. 어미의 크기에 따라 60만개에서 많게는 150만개의 알을 낳고 최대 110cm까지 성장한다.
 
방어는 대부분 자연 상태에서 어획되는 어종으로 수온과 해류 변화 등 해양환경의 조건에 따라 생산량의 변동이 심하다. 해역별로 방어를 잡는 조업방법도 다른데, 동해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정치망어업으로, 가을철 이후 남해에서는 대형선망어업으로, 제주도 인근에서는 채 낚기 어업으로 주로 어획되고 있다.
 
방어는 지역과 크기에 따라 다양한 방언을 가지고 있다. 경북 영덕 지역에서는 10cm 정도는 곤지메레미, 15cm는 떡메레미, 30cm는 메레미, 60cm는 돼야 방어라고 한다.
 
강원도에서는 어린 방어를 마르미라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겨울철 낚시로 잡은 방어를 소방어(1kg 내외), 중방어(2~4kg), 대방어(5~8kg), 특대방어(10kg 이상)로 분류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방어와 사촌격인 '부시리'라는 물고기도 있다. 이 두 종은 전문가들조차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두 종 모두 체고가 낮은 방추형으로 체색도 비슷하지만, 위턱 뒤끝 모서리 부분이 각 져 있으면 방어, 둥글면 부시리이다. 흔히 방어와 부시리를 '히라스'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부시리의 일본어인 '히라마사'에서 유래한 말로 잘못된 표현이다.
 
끝으로 육촌격인 '잿방어'라는 종이 있는데 잿방어는 앞서 두 종보다 체고가 높고 눈을 비스듬히 지나가는 갈색 띠가 있고, 방어에 비해 더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
 
방어는 겨울이 제철인 물고기다.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여름철에는 맛이 없다. 겨울 방어는 산란과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회유하는 동안 동해 바다에서 영양분이 많은 먹이를 섭취해 몸이 기름져 있다.
 
반면 부시리는 방어와 다르게 6월경이 제철이며 사시사철 맛의 변화가 거의 없고, 방어에 비해 기름기는 부족하지만 씹는 맛이 좋다.
 
방어는 대표적인 붉은 살 생선으로 흰 살 생선과 비교해 DHA와 EPA 등 오메가 3지방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DHA는 기억, 학습능력을 높이며,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또한 붉은 살 생선은 흰 살 생선에 비해 지방함량이 월등히 높지만 불포화지방산이기 때문에 살찔 걱정은 없으며, 비타민 A, B, C 등도 많이 함유돼 있다.
 
흔히 부위별로 맛이 다른 물고기하면 다랑어(참치)를 떠올리지만 겨울철 방어 역시 부위별로 다른 맛을 느껴볼 수 있다.
 
방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는 근육이 많아 담백한 등살, 기름이 많아 감칠맛이 좋은 뱃살, 쫄깃한 뱃살, 단단해 식감이 좋고 고소한 배꼽살, 지방이 많아 입에서 살살 녹는 가마살을 부위별로 내놓는다. 겨울철에 부위별로 방어를 먹어야 겨울을 보낸 것 같다는 미식가들도 많다. 이번 주말엔 겨울 바다의 진미를 품은 방어회 한 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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