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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얼어붙은 기업경기…최순실 정국에 미래 투자도 제자리

12월 BSI 91.7, 7달 연속 기준치 100 하회…30대그룹 절반 R&D 투자 줄여

2016-11-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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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대내외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순실 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경기가 악화됐다.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어둡게 전망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줄이는 상황이다. 한국경제가 길을 잃었다는 자조도 흘러나온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12월 전망치는 91.7로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7개월 연속 100을 밑돌면서 꽁꽁 얼어붙은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BSI 전망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내달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올해 기업경기 전망치는 지난 5월(102.3) 한 달을 제외하면 내내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설과 추석이 있는 2월(86.3), 9월(95.0)에도 명절 대목 특수 효과는 없었다. 연내 최대 쇼핑시즌인 연말 특수까지 사라지면서 올해 연평균 BSI는 93.6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최근 5년 내 최저치다.

BSI추이. 출처/전경련
 
 
11월 기업 실적치도 91.0으로 19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연기준선을 밑돌았다. 부문별로는 내수(96.5), 수출(98.0), 투자(95.5), 자금사정(100.2), 재고(103.5), 고용(97.6), 채산성(96.5) 등 자금사정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 재고는 100 이상이면 과잉재고를 의미한다.
 
장기화된 대내외 경기 침체의 영향의 컸다. 여기에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노믹스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더해지면서 수출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 '트럼프 조세정책의 영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편이 이행될 경우 국내 투자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3.0% 감소하고, GDP는 1.9%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일자리 역시 10만7000개 사라질 것이란 우울한 지표도 더해졌다. 
 
트럼프노믹스가 수출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이 추진되고 있어 기업들의 불만이 확대되고 있다. 한경연은 트럼프 조세정책이 시행되고 우리나라가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각각 3%포인트씩 인상할 경우, 국내 투자 감소는 연간 14.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GDP는 5.4% 감소하고, 고용감소는 38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한경연이 재계 이해를 대변하는 전경련 산하 단체라는 점에서 재벌기업들의 논리가 반영됐다는 점은 참조 대상이다.
 
내수도 상황이 좋지 않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이 넘어 심각한 수준이고, 기업경기 위축으로 가계소득이 줄면서 가계소비 역시 줄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악순환이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운신 폭도 좁혀졌다. 최순실게이트에 대기업들이 깊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소환, 압수수색, 국정조사 청문회 등 총수를 향한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이는 새해 경영계획 수립과 인사 등 전열 재정비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토로다.  
 
기업경기가 대내외 악재로 악화되면서 국가경제를 좌우하는 30대 그룹의 연구개발(R&D) 투자마저 움츠러들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위기 상황에서 R&D 비용을 늘리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보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저해해 지속성장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기업경영성과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154개 계열사의 3분기 누적 R&D 비용을 조사한 결과, 총 27조105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조6104억원에 비해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부영을 제외한 29곳 가운데 13곳의 R&D 비용이 감소했다. 
 
R&D 비용 감소율이 가장 높은 곳은 회생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대우조선해양이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3분기 말 595억원이던 R&D지출액이 올 3분기에는 452억원으로 24.3% 줄었다. 이어 두산(-18.9%), 대림(-15.2%), 현대중공업(-15.1%), KT&G(-9.2%), 포스코(-9.0%), 대우건설(-6.6%), 한화(-6.2%) 등의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금액면에서는 두산의 R&D 비용 감소폭이 가장 컸고, 감소액 2위는 재계 1위인 삼성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13조6276억원에서 올해 13조5455억원으로 821억원(0.6%) R&D 투자를 줄였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가 살아나려면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돼야 하는데, 불확실성 증대로 소비와 기업 심리가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 환경을 위축시키는 작은 요소도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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