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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돈 없어 파산하는데…법원, 선임비 인상해 파산관재인 배불린다

법원, 30만→50만원으로 인상…"채무자 돈 또 빌려야 하는 상황"

2016-11-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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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마련된 파산면책 제도가 서민이나 취약계층에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방법원이 파산 신청자의 재산이나 소득 정도를 조사하는 '파산 관재인 선임비'를 기존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갑작스럽게 인상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산이 실제로 없는지 평가하는 과정에서 채무자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인신공격을 일삼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파산 관재인 시스템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지역 서민금융지역센터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8일 파산 신청 채무자 2명에게 예납명령으로 50만원을 청구했다. 예납금은 파산관재인에게 돌아가는 보수와 채권자들에 대한 통지 및 공고비용, 채권자 집회시 인쇄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법정 비용으로, 관재인 보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방법원이 개인 파산 신청자에게 예납금으로 50만원을 요구한 것은 최근 몇 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12년 이후 지방법원의 관재인 선임비는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나 채무 규모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30만원선에서 책정됐다. 이마저도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파산 신청에는 아예 선임비를 면제해주는 지방법원도 나타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러한 관례를 깨고 성남시에서 관재인 선임비가 50만원까지 올라간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관재인 선임비가 올라가면 다중채무에 시달리는 채무자가 파산 신청을 위해 또다시 돈을 빌려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달 생활비가 30만원도 채 안되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경우에는 비싼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파산 신청 자체를 아예 포기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지방 법원이 관재인 선임비를 인상해 그 적정성 여부를 놓고 관련 법원과 금융상담센터가 서로 대
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재인 선임비 인상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금융복지상담센터나 최근 설립된 서민금융진흥원에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 이들 기관은 일 년 예산 중 일정 부분을 취약계층의 관재인 선임비를 대신 내주는 데 할애하는 데, 선임비가 오르면 지원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미선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센터는 가능하면 많은 분들에게 혜택을 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게 됐다"며 "센터의 도움 없이 채무자 스스로가 선임비를 마련하려면 돈을 또 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채권자의 의혹을 풀어주기 위해 재산 조사를 강하게 요구하다 보니, 파산관재인의 업무량이 불필요하게 많아지면서 선임비가 올라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정명 이헌욱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파산신청 법정 비용으로 보통 80달러(9만3000원) 정도를 부과하는데, 우리나라는 관재인 선임비가 애초부터 너무 비싸다"며 "법원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지방법원은 50만원 선임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내부 논의 끝에 지난 9월부터 파산 신청자의 파산규모, 사건의 난이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관재인 선임비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며 "다른 지방법원도 우리처럼 한다"고 밝혔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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