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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키노빈스 "좋은 영화를 위한 커피사업, 이제 음식으로"

2016-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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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목이 마르거나 잠을 쫓으려는 영화인들에게 커피를 팔았다. 수익의 일부는 영화산업 살리기에 사용됐다. 선순환이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모여 설립한 문화기업 키노빈스. 이들은 이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마음껏 마시고, 먹고, 놀자'라는 슬로건으로 표현했다. 
 
이근욱 키노빈스 대표.사진/키노빈스

25일 오후, 서울 신촌 서강대학교 내 위치한 카페 키노빈스에서 만난 이근욱 키노빈스 대표, 그와 함께하고 있는 6명의 동료들은 모두 슬로건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었다. 잠시 후 홀에 마주 앉은 그는 "마시는 것은 음료, 먹는 것은 외식, 노는 것은 컬처를 말한다"며 "키노빈스는 음료와 외식 사업을 통해 컬처를 육성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라고 다시 한번 간단하게 뜻을 풀어줬다. 
 
키노빈스는 '예술인들은 커피를 사랑한다'라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이 대표를 비롯 3명의 공동창업자 체제로 2013년에 설립된 키노빈스는 영화제작 현장에 찾아가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 케이터링 사업으로 시작했다. 이들 3인은 한때 영화배우, 감독 그리고 제작자를 꿈꿔던 이들로, 영화제작 현장의 열악함을 알고 있었던 터 이같은 사업 아이템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해 독창적 사업 아이템을 이끌어낸 것. 
 
이 대표는 "영화를 너무 사랑했지만 생계에 대한 고민도 컸던 그때, 함께 사랑했던 커피를 연결해 수익모델을 만들어보자라는게 시작이었다"며 "구체적으로 당시 영화제작 현장에서 스탭들과 배우들에게는 믹스커피 정도만 제공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이들에게 질 좋은 커피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사업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업계를 상대로 한 사업인만큼 수익의 10%를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사용하자는 사회적 역할도 함께 수립했다. 그는 "현장 지원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미국 드라마 제작환경을 보니 책임감이 더 막중해지더라"라며 한국 영화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뚜렷한 목표의식에 열정까지 더해진 덕분일까, 키노빈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설립 첫해 중소기업지원기관 서울산업진흥원(SBA)의 도움을 받아 강북청년창업센터에 첫 매장을 냈고, 지난해 4월 이를 서강대학교 아루페관으로 본점 이전한 동시에 가맹점 수서점과 동묘점 개점에도 성공했다. 올해 4분기에는 군포점 개점도 앞두고 있다. 특히 워쇼스키 남매 연출, 국내 배우 배두나의 출연으로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탔던 미국 드라마 '센스8'의 한국 로케이션 당시 제작현장 음료케이터링 입찰에 성공하며 수익 개선에 물꼬를 트기도 했다.
 
그간 이 대표를 제외한 2명의 공동창업자는 키노빈스를 떠나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키노빈스'의 영화산업 지원을 위한 노력은 현재까지 충실히 이행 중이다. 자회사인 키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총 50여회의 국내외 영화제 협찬, 20여회에 걸친 다양성 영화 상영회, 30여회의 다양성 영화 제작지원을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SBA와 함께 자회사 키노엔터테인먼트(대표 이병현)를 통해 DMC단편영화페스티벌을 공동주관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내 키노빈스 아루페관점에서 대학생들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키노빈스
 
커피로 시작한 키노빈스는 이제 음식으로 발을 넓혔다. 지난해 개점한 아루페관점을 중심으로 커피를 비롯한 음식, 대관, 뷔페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출의 빠른 증가도 기대되는 상황으로, 올해 예상 연매출은 2억5000만원이며 내년에는 5억원으로 2배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이 대표는 "커피를 비롯 음식을 통해 영화산업 진흥을 돕자는 목표는 확고하다"며 서강대학교로의 본점 이전을 통해 자체적인 공간확보가 용이해진만큼 영화산업 지원뿐만 아니라 게임,음악, 음식 등 다채로운 문화분야에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청년창업가로서 국내 창업 환경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청년창업에 대한 정부기관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관련 중간다리 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창업가들이 가진 아이디어는 정성적 평가가 필요한데, 이를 지원할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모든 분야에 구체적 지식이나 경험을 갖기 힘들어 정량적 평가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며 "각 분야별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문위원이 확대된다면 지원받는 청년창업가와 성과를 기대하는 정부기관 모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예비 청년창업가들에게는 계획에 몰입하기보단 과감히 실행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영화감독이 되고싶다면 일단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찍어라라고 했던 류승완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며 "본인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가치가 명확하면 바로 시작해라. 어느정도의 수업비용은 계속 치루겠지만 디테일은 부딪히다 보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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