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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현 시국, 박탈감보다 존재감 깨닫게 해줬다"

최준호 중고생연대 상임고문

2016-11-22 08:00

조회수 : 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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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박근혜 퇴진' 100만 시민 대규모 광화문 집회 현장.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라고 적힌 펼침막이 들렸다. 10대들로 구성된 '중고생연대'가 펼침막의 주인들이었다. 친박 성향의 새누리당 김진태(강원 춘천) 의원은 "이적성 여부를 조사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촉구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 단체를 만든 장본인은 최준호(19)군이다. 지난 2년간 교육체제 개혁을 위해 활동한 자립단체를 이끌었다. 입시위주 교육, 강제 야간자율학습, 두발규제, 정치활동 규제 등 많은 목소리를 내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에는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왔다. 최군은 올해 초 고등학교 졸업, 지난 8월 대표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고문자리를 맡고 있지만 집회가 열릴마다 춘천에서 서울 광화문을 매번 오가며 후배들과 '박근혜 퇴진·하야'를 외친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입시를 위한 공부보다 역사적 현장에서의 공부가 더 값지다고 말하는 이들. 그리고 이제는 조력자가 된 최군과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대신 들어봤다.

 
중고생연대 상임고문 최준호군. (사진제공=중고생연대)
 
- 17일 수능을 치룬걸로 안다. 고생하셨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시국이 이런데' 공부가 잘 됐나?
 
격려 감사드린다. 안타깝게도 수능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되자마자 하야 정국이 발생해서 거의 공부를 하지 못했다. 사실상 수능 당일에 수험장 들어가서 잠깐 보고 시험 친 게 전부다. 결과는 역시나 공부한 만큼만 딱 나오더라. 그러나 후회스럽지는 않다. 충분히 공부보다 중요하고 값진 것을 했고, 대입의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정의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믿음에 마음은 편하다.
 
- 중고생 연대를 조직한 장본인으로 안다. 사회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바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입학을 하고 나니 두발규제부터 복장 규제, 체벌, 벌점, 고등학교 입시 준비, 주입식 교육, 일제고사 등이 내 삶의 문제로 다가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옳지 않았다고 느꼈다. 가장 여유롭고 엉뚱해야 할 나이인데 사회와 학교는 가장 바쁘고 획일적인 삶을 강요하고 있었다. 잘못된 교육 체제를 개혁하고, 우리 중고등학생들의 삶을 개선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는 절대 체제를 바꿀 수 없기에 단체를 만들려고 도전하면서 중고생연대를 만들게 됐다.
 
- 중고생들까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지금까지 굵직한 사회적 의제들은 모두 중고등학생들이 큰 관심을 가졌다. 다만 학생사회에서 얘기되고 끝이었기에 어른들이 미쳐 중고등학생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뿐 이다. 물론 중고등학생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관심을 특히 더 가지게 된 계기를 꼽자면 정유라씨의 학창시절과 부정입학에 대한 문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방학 보충까지 받아가며 365일 중 364일을 학교에 등교한다. 그러나 정유라씨는 단 17일만 학교를 다닌 채 졸업했다. 이번 시국이 중고등학생 당사자들의 문제로 느끼게 해 주는 연결고리로 작용했다고 본다. 집회를 하면 단순히 ‘박근혜 하야’뿐만이 아니라, ‘교육체제 개혁’, ‘헬조선 갈아엎자’등의 구호가 넘쳐난다.
 
- 함께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집회 현장의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하다.
 
한 시민분이 대형 버스를 가져와서 컵라면 200여개를 끓여서 무상으로 제공해줬다. 구경하던 시민들도 흐뭇한 아빠미소로 우리들을 바라보며 연신 기립해 박수를 쳐줬다. 기본적으로 많은 시민분들이 크게 응원해주신다. 정말로 감사한 마음이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아직 공부를 할 나이에 벌써 이런 데 나오면 안 된다, 커서 활동해라”라고 타이르시는 분들도 많으시다. 그런 분들의 걱정하시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중고등학생들 또한 당장의 삶이 힘들기 때문에 거리로 나온 것이고, 많은 고민과 결심 끝에 광장에 모이게 된 것이다. 우려가 아닌 응원을 보내주시면 정말로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얼마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중고생들 배후에 종북좌파의 교사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는데?
 
직접 만나서 따지고 싶다. 거리로 나온 중고생 단 한 명이라도 붙잡고 물어봤냐고. 나 또한 미성년자이기는 하나 집회 나온 분들을 보면 그렇게 순수할 수가 없다. 기존에 활동을 해오던 중고생연대 또한 일체의 후원 없이 중고등학생들의 회비로 운영돼왔고, 이번 집회 물품 또한 나와 몇몇 열성적인 중고등학생들의 사비를 털어서 준비했다. 혁명이란 단어를 두고 의혹이 많은데 오히려 배후가 없고 순수하기에 고안된 단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혁명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중고등학생들에게 혁명이란 그저 교과서에 나오는 4.19혁명과 프랑스 혁명이 전부다. 
 
- 준호씨를 특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을 것 같은데? 신경쓰이진 않나?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6년간 그런 말에 시달려오고 있다. 많이 신경 쓰이고, 이를 넘어서 상처가 될 때도 많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종북좌파가 아닌데, 두 말 할게 있겠는가. 오히려 활동을 하면 할수록 지지해주시는 분들,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비판을 하는 자들보다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에 큰 힘을 받는다.
 
- 부모님이 보시기에 한창 공부할 나이고,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걸 넘어 거리로 나오는 걸 걱정하시진 않았나?
 
맞다. 걱정하시는 정도가 아니다. 특히 아버지는 아주 보수적인 분이시고, 어머니는 학원 강사이시다. 나는 사교육 개혁해야 한다는 활동도 하고 보수진영 갈아엎어야 한다는 활동도 하지 않는가. 부모님과는 이런 문제로 갈등이 정말로 심해 부모님께 늘 죄송한 마음이다. 그래도 신념을 바꿀 수도 없다. 며칠 전에 부모님을 잠깐 뵈었는데, 아버지가 넌지시 “나 박사모 탈퇴했다. 감기 걸리지 말고 돌아다녀라”라고 하시더라. 괜히 마음이 찡하고 미안하더라.
 
- 최순실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의 박탈감이 클 것 같은데?
 
중고등학생들은 현재 ‘공포 세대’로 규정되는 세대다. 오늘 하루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미래에 굶어 죽어갈 것 이라는 공포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공포의 교육체제를 설계하고 운영해온 기득권들의 자녀들은 학교를 십 수일만 다니고 졸업하고, 이화여대에 특례입학을 하지 않았는가. 지배 받는 학생들은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동안, 비선실세의 자녀가 그렇게 살았다는 것이 중고등학생들에게 큰 분노를 줬다. 그러나 박탈감과는 살짝 느낌이 다르다. 집회를 함께하며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오히려 박탈감보다는 중고생들에게 우리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존재라는 희망을 이 정국이 열어준 것 같다.
 
- 청소년들은 최순실 게이트 외에도 학교 현장에서 불만이 곳곳에 있을 것 같다.
 
두발규제, 체벌, 벌점, 휴대폰수거, 강제 야간자율학습 등 고질적인 불만들도 있고, 또 지금이 수능 전후라서 주입식 입시 체제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연이은 집회로 특히 부각된 것이 있는데, 바로 ‘정치 중립’에 대한 것이다. 절대 다수의 학교에서 징계 사유로 ‘집회, 정치적 서클, 정당 등에 참여하거나 지지한 경우’가 명시돼 있다. 시대착오적인 교칙에 대한 불만이 최근 들어서 많이 나오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박근혜 대통령님, 이제 중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11월5일 집회 때 500명이었는데, 11월12일 집회 때 1만여명이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수능까지 끝나 거리는 온통 쏟아져 나온 고3들로 가득합니다. 중고등학생이 등을 돌린 정권은 결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누구보다 학창 시절 부마항쟁을 청와대에서 지켜보셨던 대통령님께서, 당사자이시기에 이 사실을 더욱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역사 앞에서 마지막 용서를 구하고 싶으시다면, 지체 없이 하야하십시오. 
 
 
박근혜 하야를 주장하는 중고생들의 모습. (사진제공=중고생연대)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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