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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현장에서)재벌그룹 선대회장 추모식의 본질

2016-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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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경비업체 직원들이 야산을 둘러싸고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다. 혹시라도 취재진이나 외부인이 침입할까 전날부터 경계 태세다. 행사 당일이 되자 아침부터 검은차들이 속속 도착한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대거 내려 조심스럽게 차례로 산에 오른다. 
 
대단한 극비상황인 것 같다. 하지만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추모식 진풍경이다. 범삼성가 임원들이 총동원되는 연례행사인 만큼 여느 첩보영화를 방불케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수십년이 지나도록 잊지않고 진행하는 연례행사, 바로 창업주 추모행사다. 기업들은 돌아가신분 제사를 매년 지내는 것 뿐이라고 하지만, 가족 외에도 전사 임원 수백여명이 동원돼 필참하는 거대 행사가 가족제사로만 치부되지 않는것은 필자만 느끼는 것일까.
 
맨땅에 주먹 하나로 기적을 일궈낸 분들을 추모하자는 본질은 보이지 않고, 얼굴 비추기에 급급해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직계와 방계그룹이 한자리에 모이는지 여부와 주요 인사들의 참석 여부에만 몰두한 것은 행사를 위한 행사로 보인다. 
 
기업들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또 3세, 4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선대회장들은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기적을 이루었을까. 추모식 보다 선대회장들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창업정신을 기리며 난국을 극복할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선대회장들의 자서전을 펼쳐봤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자서전에서 "기업은 결코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 변화에 도전을 게을리 하면 기업은 쇠퇴하며, 일단 쇠퇴하기 시작하면 재건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고 언급했다. 스마트폰 산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으로 위기에 부딪혔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필요성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기업철학이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선대회장은 "남이 미처 안하는 것을 선택하라.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개발해 기반을 닦아라"라고 했다. LG는 후발주자로 따라가기에 급급해왔다. "성공하더라도 머물지 말고 그보다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는 뜻을 기려보는 것은 어떨까.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도 "제반 여건들이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으나 모든 것은 마음의 자세에 달려있다"며 기업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현대차가 환율과 저유가가 장기화되며 위기라고 하지만, 대내외적인 위기요소를 돌파할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SK 최종현 선대회장은 "우리는 장사꾼이 아니라 인더스트리얼리스트"라고 했다. 기업의 최종목적은 이윤이겠지만 개발을 통해 산업을 개척하겠다는 의미였으리라. 당장의 이익 몇 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 산업을 책임지는 그룹이 되는 것이 그의 뜻이 아니었을까.
 
그들의 선영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도 좋지만, 그들의 진짜 뜻을 헤아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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