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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피플)"평범한 생각이 모이는 '착한공모전', 세상 바꿀것"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

2016-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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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다보면, 방학기간 중에도 삼삼오오 둘러 앉아있는 대학생들을 쉽사리 목격할 수 있다. 연애사와 같은 여유로운 수다는 기대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취업난이 심해진만큼 십중팔구 공모전을 준비하는 무리들이다. 이같이 공모전은 취준생들의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는 대명사로 꼽히지만, 이를 사회가치 제고의 방안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아주 간단한 '사고의 전환'을 통해서다.
사회적기업 생각나눔소는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2014년 설립됐다. 다소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목적이지만, 방식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다. 소병인 생각나눔소 소장이 주목한 것은 다름아닌 '공모전'. "사람들의 생각을 공모방식으로 모으고, 이렇게 모아진 생각들을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써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죠." 생각나눔소는 이에 중소·사회적 기업을 접목, 기존 일반 공모전과는 차별화된 '착한공모전'을 탄생시켰다.
생각나눔소는 현재 운영 중인 '착한공모전' 사이트에 이어 다음달 사이트 '생각나눔소'를 오픈할 예정이며, 내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앞두고 있다.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는 생각나눔소에서 공모전의 가치를 재설정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직접 들어봤다.(편집자주)
 
지난 15일 찾은 서울시 송파구 생각나눔소, 작디작은 사무실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담기 위한 직원들의 타이핑 소리가 분주했다. 사무실 한켠에 마주앉은 소병인 소장은 연신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것이 당장 다음달 생각나눔소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두번째 사이트 '생각나눔소(www.ideananumso.com)'가 오픈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생각나눔소의 슬로건은 '세상의 언어로 사회가치를 높이자'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공모전 기획·디자인·운영 및 행사대행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가치있는 곳에 사용하자는 목적에 맞춰 각 업무를 수행한다. 보통 대부분의 공모전은 구직사이트 또는 공모전 전문 사이트를 통해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이번 신규 사이트 오픈은 생각나눔소에게도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소 소장은 "기존에 운영 중이던 '착한공모전' 사이트가 한계가 있어 다음달 플랫폼 사이트인 '아이디어나눔소'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기존 펼쳐온 활동들을 알게되고, 동시에 새로 오픈할 사이트 역시 많이 찾아와주면 좋겠다"고 쑥스럽게 웃음 지으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소병인 생각나눔소 소장.사진/생각나눔소
 
'공모전'의 새 이름 '생각나눔'
 
'공모전을 아이템으로 한 사회적 기업'이라는 생각나눔소의 기본틀은 모두 소 소장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소 소장은 회사를 다니던 중 육아휴직을 냈지만, 휴직 직후 돌아온 것은 해고통보였다. 소 소장은 "해고 직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매칭 사업 등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결심했다"며 사회적 기업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공모전 참가를 즐겼던 소 소장의 애착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녀는 "대부분의 공모전들은 매년 똑같은 형태로 진행됐고 참가자 역시 이력서 한줄 넣기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다양한 형태로 재미있는 공모전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거기에 사회적 가치까지 부여해보자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공모전들은 '집단지성을 통한 사회가치 재고'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지난해 진행한 '16(일육)캠페인'이 있다. 1, 6이란 각각 일과 육아를 의미하며,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함께 누리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육아휴직 부당해고 당시의 소 소장의 결심이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소 소장은 "아이를 갖게 된 부모들을 대상으로 생명에 대한 생각들을 글로 받고, 이어 태어난 아이들의 그림을 그 글과 함께 엮어 동화책을 만드는 사업"이라며 "동화책 판매 수익 일부는 가족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꿈키움콘서트 역시 대표적 사업으로 꼽았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꿈키움스토리를 공모해 이중 10명의 꿈새싹을 선정, 오프라인에서 직접 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크콘서트' 방식의 공모전 사업이다. 총 130명이 지원했다. 소 소장은 "꿈키움콘서트 관람객들이 참가비를 통해 꿈새싹들에게 펀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참가자 중에 1급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키우시는 김영임씨가 있었는데, 콘서트 참가를 계기로 KBS 아침마당까지 출연할 수 있었다"며 "또 콘서트 멘토로 참가한 강대성 SK행복나래 고문은 딸에게 맞는 수제신발을 직접 선물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생각나눔소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진행한 한디자인 공모전 시상식.사진/생각나눔소
 
"플랫폼 가치 충분…실력으로 승부할것"

구체적인 사업 성과는 어떨까. 시작은 초라했다. 소 소장이 생각나눔소를 설립하기 위해 내놓은 초기투자금은 단돈 100만원에 불과했고, 플랫폼 역시 네이버카페를 이용했다. 일단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찾아와 신청하는 공모전의 특성상 사람을 모으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사업 성과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사업 첫해라 할 수 있는 지난해 매출은 3000만원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7배 이상의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소 소장은 "현재 기관 및 기업 등 고객들과 같이 일하면서 99%의 재구매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사회적 기업으로 어떤 혜택을 기대하기보다는 사회적 기업이 아닌 일반 영리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우리만의 실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새로 문을 열 사이트를 통해 사회가치 창출 플래폼으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소 소장은 "새 플랫폼은 일반 대기업들이 공모전을 진행하고, 공모전 참가자들에게 사회적 기업 제품들을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 제품과 이를 후원한 대기업이 공모전에 참가한 20~30대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될 것이며, 더 나아가 40대까지 진성 사회적 소비자로 만들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선순환 상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공모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기자단 및 서포터즈 운영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더욱 확장해갈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소 소장은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후진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소 소장은 "예전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수업을 받을때 '당신이 받은 지원금 액수만큼 세금을 낸 사람들을 일일히 당신 뒤에 줄세운다면 몇명이 서있을 것 같은가'라는 교수의 질문에 충격을 받은 바 있다"며 "지원 받은만큼 응당 해야하는 것이 있다. 투명한 사회적기업가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애엄마가 창업을 할 정도로, 아직 사회적기업은 가슴 따듯한 분들이 많다"며 "도전하라"고 덧붙였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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