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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현장에서)이재용호 '책임경영' 순항할까?

2016-1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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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지난달 27일 한국언론의 지면은 온통 '이재용호 출범', '뉴삼성', '3세 책임경영' 등의 표현이 넘쳐났다. 전혀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하는 표현들이었다. 
 
새로운 시대를 연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올라서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룹에서는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불펜에서 몸을 푼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와 공식 기록을 남기고 결과에 책임을 지듯, 책임경영은 경영자로서 주주들의 평가를 받고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갤럭시노트7 사태 등 각종 위기 탓에 조기 등판한 만큼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등판 첫 기록은 최순실 게이트였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서 참석한 첫 이사회 당일 삼성그룹이 최순실, 정유라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 스포츠에 약 35억원을 지원한 혐의가 포착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삼성 서초사옥 압수수색과 이 부회장 검찰 소환조사까지 진행된 상태다. 
 
불펜에서 잘 던졌는데 마운드에서 타자들이 도와주지 않아 불운했던걸까. 운탓으로 돌리기에는 드러난 그림자들이 전부가 아니라 빙산의 일각일 수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이 부회장은 8년전 특검까지 부른 삼성SDS 사건으로 '편법·불법 경영권승계' 꼬리표를 달고 있다. 이건희 회장에게 증여받은 60억원 중 증여세를 내고 남은 44억원으로 그룹 비상장 주식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렴하게 사들였다. 해당 회사들은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한 후 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이 부회장의 종잣돈을 천문학적 수준으로 불려줬다. 지난 2008년 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부당 이득을 이유로 유죄로 판단했고, 당시 이건희 회장은 사퇴하며 1조원 사재출연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올해 초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3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재단은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삼성이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에 악용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는 없었다. 19대 국회 때 발의됐던 이른바 '이재용법'이 다음 달 재발의될 예정이어서 이 부회장 등이 부당하게 증식한 재산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 등판한 탓일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최순실게이트의 결말이 무엇일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을 불식 시키는 것이 '책임경영'의 선결 과제로 보인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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