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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토마토칼럼)빛바랜 창조경제, 개미무덤 된 코스닥

2016-11-09 10:00

조회수 : 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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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이 국민들에게 가져다 준 상실감과 분노가 헤아릴 수 없이 크지만, 주식 투자자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절망감도 그에 못지않은 듯하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기부터 창조경제를 내세워 벤처와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위해 온갖 벤처기업 육성책을 내놓고 코스닥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완화 정책도 쏟아냈다. 코스닥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중소형주 2부 주식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코넥스까지 만들어 기업들의 증시 상장을 독려했다. 코스닥 상장 기준을 낮춰 많은 기업들이 증권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줬다. 정부는 코스닥 상장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거래소에서 떼어내는 방안까지 추진하려다 강한 반대여론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내부에서조차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정부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거래소는 무리한 목표까지 세워놓고 상장사 확장 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해야 했다. 거래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신규 업체의 상장심사 통과 소식을 알리고, 유명 걸그룹 연예인들까지 동원된 상장 축하행사가 눈길을 끌었던 것이 지난 1~2년 동안 여의도 증권시장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코스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2014년 540선에 머물던 코스닥 지수는 2015년 700선을 돌파하고 800선 고지를 향해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개인들이 빚을 내 코스닥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를 나타내는 신용공여 수준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곤 했다. 박근혜 정부가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데다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제2의 벤처신화’를 이루겠다고 장밋빛 희망을 선전했던 영향이 크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코스닥이 과열됐다는 거품론이 커지고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증시는 급작스럽게 냉각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증시의 큰 손인 연기금이 코스닥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코스닥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무덤으로 변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5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작년 하반기 780선을 넘었던 코스닥지수는 600선 초반까지 추락했다.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가 큰 코스닥 종목들 중에는 연초대비 주가가 20~30% 떨어진 곳이 부지기수이고 50% 이상 하락한 곳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들의 돈을 잃은 증권사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흉흉한 소식도 간간히 들려왔다.
 
최근 국민연금이 다시 코스닥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도 손실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1조원을 풀어 중소형주를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총액이나 매출 규모가 작거나 거래량이 적은 1000여개 종목에 대한 투자제한도 없애 위축된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가 컸던 바이오 관련주들도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시장을 반짝 살리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위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많은 투자자들은 만신창이가 되고 신용불량자가 돼 절망 속에 살고 있다. 모호하고 무책임했던 창조경제의 허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정경진 뉴스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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