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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준

(현장에서)창조경제로 허송한 4년

2016-11-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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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약 4년전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를 미래부에 맡겼다. 출입 기자들 뿐 아니라 온 나라가 '창조경제'의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기자들로서는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로 기사를 풀어나가느라 곤욕을 치렀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에 대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창조, 융합, 신산업 등 뜬구름 같은 단어가 난무했으나 큰 그림은 눈에 들어왔다. 핵심은 창업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3년전 박 대통령은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서유럽 순방을 떠났다. 특히 영국에서는 한영 창조경제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창조경제를 소개했다. 운좋게 풀기자로 따라갔던 영국에서는 창조경제의 성공 가능성을 봤다. 영국 정부가 주도해 만든 테크시티에는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뜨거웠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기업들도 스타트업 육성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후 다녀온 미국 실리콘벨리에서도 분위기는 같았다. 한국의 창조경제가 자리잡는다면 미국 실리콘벨리나 영국 테크시티와 같은 성공 사례가 될 듯 했다.
 
2년전 미래부는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소했다. 창조경제를 실현할 핵심 인재들을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SK(003600), LG(003550) 등 대기업이 전담기업으로 따라 붙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는 박 대통령이 어김없이 참석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7개 지역 18개에 이른다. 박 대통령이 자주 썼던 표현인 온 우주의 기운처럼 정부, 지역, 대기업이 기운을 하나로 모았으니 하나쯤은 성공할 것으로 보였다. 
 
1년전 구글이 한국에 구글 캠퍼스 서울을 열었다. 구글 본사차원에서 운영하는 캠퍼스 서울은 아시아에서는 처음 개소됐다. 2013년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래리 페이지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한 것을 계기로 논의가 진행돼 성사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구글 캠퍼스 서울 개소식에도 참석했다. 구글이 한국의 잠재성장력을 높이 평가해 미래에 투자를 한다니 창조경제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2016년 나라가 시끄럽다.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씨가 국정을 농단한 증거들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다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가 창조경제 정책에도 연관이 된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솔직히 나도 창조경제가 뭔지 잘 몰라. 그냥 기업들 00서 센터 하나 지으면 된다길래 한거지"라는 말은 가슴이 아프다. 약 4년의 시간을 투자한 국정 핵심 과제가 실은 개인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도구였다니…. 미래부도 기자도 4년의 시간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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