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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현장에서)'얍삽' 대명사 자처한 식음료 기업

2016-11-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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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얕은꾀를 쓰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태도를 가르켜 '얍삽하다'라고 한다. 온 국민이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자괴감'에 빠져 국가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는 요즘 '얍삽'이란 단어에 어울리게 행동하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식음료업계다. 기다렸다는 듯 가격인상에 나선 식음료업계에 어울리는 단어라 할만 하다 
 
10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 사과 후 일주일만인 지난 1일 LG생활건강의 자회사 한국코카콜라는 콜라와 환타 등 주력 상품 15개 품목에 대해 출고가를 평균 5% 인상했다. 2014년 12월 인상 이후 1년 11개월 만의 기습적 인상이다. 
 
같은날 오비맥주 역시 주요 맥주 가격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012년 이후 4년3개월만이다. 
 
각 분야 1위 기업의 가격 인상 발표는 내표하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가격 인상을 하고 싶어도 눈치만 보던 2~3위 기업에게 핑계거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나미 가격 인상의 봇물을 터트려 준 것이다.  
 
작년말 소주값 인상과 올 초, 약속이나한듯 가격을 올린 두부와 달걀값, 과자와 아이스크림의 가격 인상에 대해 정부가 신경을 못쓴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틈탄 일제히 과감하게 가격을 인상하는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가격인상' 자체가 지탄받을 일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팔수도 없는 노릇이다. 납득이 될만한 인상 요인이 충분히 설명된다면 소비자들도 수긍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수긍할만한 인상 요인을 내놓고 있을까? 가격 인상에 나선 기업들의 논리는 매번 한결같다.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등 비용이 늘어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호소한다. 
 
그동안 식음료 업계가 제품가격 인상을 추진할때마다 단골 레퍼토리로 거론해온 멘트들이다. 이미 인상 요인이 충분해 진즉에 올렸어야 됐다는 말까지 종종 나온다.
 
문제는 가격인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들이 가격인하의 명분으로는 검토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언제라도 다시 원재료 값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큰 리스크가 있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원재료값이 가격 인상 레퍼토리가 될 지언정 인하 레퍼토리로는 전혀 활용되지 않는 모순적 잣대가 되고 있다.
 
특히 탄산음료를 대표하는 코카콜라의 경우 지난해 1월과 올해 11월에 잇따라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사실상 매년 인상을 단행하는 무자비한 가격정책이다. 원당 가격의 상승을 인상요인으로 들었지만, 지난해 원당 가격이 내림세였을 당시 콜라의 가격인하는 반영되지 않았다. 
 
코카콜라 외에도 "원재료 값이 내려갔으니 제품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나서는 용기 있는 기업들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용기 없이(?) 나라가 어수선한 틈을 타 기습인상에 나서는 꼼수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제 남은 건 '라면값 인상'이냐? 라는 푸념반 우려반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을 '봉'으로 만든 '불신의 시대'가 되고 있는 요즘, 먹는 것 조차 소비자가 '봉'이 되는 시대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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