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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

(기획)글로벌 유가 전쟁 "양보는 없다"… 산유국 대립에 감산 '난망'

국제 유가, 과잉 공급에 하락세 심화…OPEC 감산합의 불구 이란 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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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만약 산유국들이 계획대로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모하메드 바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OPEC 본부가 위치한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부터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들이 모여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한 원유 감산 계획에 대해 논의했지만 소득이 없자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실제로 이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국제 유가도 바로 추락했다. 유가 상승을 위해서는 산유국들이 적극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줄여야 하지만 감산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가 하락이 부메랑으로
 
국제 유가 하락은 산유국들의 감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산유국 대부분이 원유 수출에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이다. 
 
2013년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주요 산유국들이 너도나도 원유 생산을 늘렸다. 미국의 셰일오일도 채산성을 맞추면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 공급이 늘면서 유가는 2014년 중반부터 자연스레 하락하기 시작했다. 올 초에는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 폭락으로 산유국들의 재정도 어려움에 빠졌다. 재정 손실은 원유 생산을 더 늘리는 것으로 보충했다. ‘공급 확대 → 유가 하락 → 공급 확대’의 악순환이 생긴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열린 글로벌경제포럼에서 “국제 유가가 계속 역풍을 맞으면서 석유 수출 국가들이 빠른 시간 안에 적자를 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 시장의 혼란, 선진국들의 석유 수요 급감, 달러화 강세 등이 국제 유가에 대한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28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누레딘 부타르파 알제리 에너지 장관(왼쪽), 빈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가운데), 모하메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이 주요 산유국 회의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OPEC은 이날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약속했으나 최종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AP
 
과잉 공급 해소가 관건
 
국제 유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수요를 뛰어넘는 과도한 공급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공급은 계속 늘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산유국들은 공급을 줄여 추락하는 유가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OPEC 회원국들은 지난 9월 알제리에서 열린 국제에너지포럼에서 만나 원유 생산량을 지금보다 최대 2% 가량 줄이기로 합의했다. 하루 20만~70만배럴 수준이다. O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세계 2위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도 협력을 약속했다. 
 
문제는 산유국 가운데 원유 생산을 줄이기 힘든 입장인 나라들이 있다는 점이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줄었던 이란은 제재 이전 수준의 회복을 추진 중이다. OPEC의 감산 결정에도 반기를 들었다. 이슬람국가( IS)와 전쟁 중인 이라크는 원유 수출로 인한 재원 확보가 시급한 형편이다. 내전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도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OPEC 회원국인 리비아와 나이지리아가 원유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OPEC 감산 합의의 최대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셰일오일이 변수
 
미국 셰일오일도 국제 석유 시장의 큰 변수다. 셰일은 생산 비용이 배럴당 50~80달러로 기존 원유에 비해 비쌌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는 채산성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 선으로 오르고 기술 발전으로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서 다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 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해 ‘치킨게임’을 하면서 국제 유가 폭락의 원인이 됐다”며 “미국 셰일 업체들이 생산 비용을 낮추면서 살아남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원유 매장량이 사우디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리스타드에너지는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셰일오일을 포함하면 미국의 원유 매장량은 2640억배럴로 사우디(2120억배럴)나 러시아(2560억배럴)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OPEC과 기타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 감산에 합의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린다고 해도 미국 셰일오일의 성공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유가 상승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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