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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피플)"기후 변화에 맞춘 친환경 건축시장 지원 정책 필요"

케빈 캠슈로어(Kevin Kampschroer) 美 연방조달국 지속가능성 수석 담당관

2016-1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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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지난 27일 서울에서 개최된 '건설산업비전포럼 국제 세미나'. 올해 포럼 주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건설산업의 도전과 기회'였다.
 
일찍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이러한 선진국 사례 벤치마킹을 통해 국내 건설산업의 잠재 시장 창출에 미칠 기후변화 대처방안과 친환경 건설시장에 대한 인식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날 포럼에는 케빈 캠슈로어(Kevin Kampschroer) 미국 연방조달국 지속가능성 수석 담당관(GSA Chief Sustainability Officer)이 참석했다. 그는 1984년 발생한 빌딩병이라 불리는 소위 빌딩 증후군 또는 빌딩 신드롬(sick building sysdrome)이 무엇인지 알려지기 전부터 미국 연방조달국에서 환경 연구와 관련된 일을 42년간 해온 전문가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건물과 관련된 사업을 도맡아 왔다.
 
케빈 담당관은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처방안에 대한 상세한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정책적 준비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언했다.
 
케빈 캠슈로어(Kevin Kampschroer) 미국 연방조달국 지속가능성 수석 담당관(GSA Chief Sustainability Officer)이 기후변화 대처방안에 대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사진/건설산업비전포럼
 
-한국에 방문해 이번 포럼에 참석했던 소감은.
 
한국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번째 방문은 가족과 함께 여행을 왔는데 아내와 딸이 열흘 동안 묵으며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있다. 포럼을 계기로 다시 한국에 돌아와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국제 세미나를 통해 미국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어 매우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건설산업의 성격과 친환경 건설사업을 예측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미국 정부는 기후변화에 다양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방안들이 있는가.
 
오바마 정부는 지난 7년 동안 기후변화를 행정문제의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이에 나는 기후 행동 계획에 대해 2009년부터 일해 왔다. 2009년 미국 정부가 기후 변화에 집중했던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의 40%, 전기 소비의 70%가 건물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의 목표는 파리협정(신기후체제, Paris Agreement)을 준수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리도 힘든 과정을 거쳤다.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기후변화에 논의하기 위해 만났을 때 관련자들이 처음으로 만날 정도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현재는 원활한 정보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2013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 행동 계획(The President's Climate Action Plan)'을 설정해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후 행동 계획(The President's Climate Action Plan)'에는 어떠한 내용들이 담겨 있나.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2005년에 비해 추가적으로 17% 줄인다든지 등의 여러 목표들이 담겨있다. 이 가운데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주요했다. 우리는 지난 2005년 에너지 소비를 1985년에 비해 30% 감축했다. 이후 10년 뒤인 2015년에는 2005년 대비 추가적으로 30%를 더 절감했다. 향후 2025년까지는 25%를 추가적으로 감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건물을 성적표를 통해 평가하고 있다. 이는 건물에 에너지 소비량을 밖으로 표시하는 방법이다. 뉴욕시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모든 부문에서 녹색 표시를 받으며 친환경 건물로 인증된 것은 이러한 방법으로 가능해졌다. 실제로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은 엠파이어 빌딩보다 2배가 넘는 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물에 있는 세입자들이 스스로 망신이라는 생각을 하며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 나가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 건물에 주력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앞서 이야기 했듯이 온실가스 배출의 40%, 전기 소비의 70%가 건물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건물의 7~80%가 2030년, 길게는 2050년까지도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존 건물에 집중하는 이유다.
우리는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디자인팀과 만나 간단한 질문을 해봤다. "이 건물이 리노베이션 하기에 최적화된 건물 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디자인팀은 단칼에 "최적화되지 않은 건물"이라고 답했다. "왜?"냐고 물었을 때는 설계자들이 애초에 건물을 디자인할 때 최소의 요구조건만 충족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이야기 했다. 비용문제로 발주자가 최적화된 설계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이에 우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처음부터 최적의 설계를 요구했고 추가적인 자금을 통해서 이를 해결했다. 그 결과, 건물의 에너지를 평균 4~50%, 많게는 300%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다.
즉,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에너지를 절감함으로써 건물에 들어가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릴랜드에 있는 데이터센터 건물의 경우에는 5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에너지 사용의 12%를 절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같은 건물이 2025년 100% 비중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늘리고 있다. 이를 위해 앞서 이야기 했던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생산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 연방기관 밖에서의 신재생에너지 조달 역시 협업을 통해 진행 중에 있다.
 
케빈 캠슈로어(Kevin Kampschroer) 미국 연방조달국 지속가능성 수석 담당관(GSA Chief Sustainability Officer)이 '건설산업비전포럼 국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건설산업비전포럼
 
-이렇게 건설업체들이 새로운 친환경 건설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한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연방조달국에서 구매일을 한다. 구매활동의 93%는 구매계약체결을 통해 이뤄진다. 다음은 구매계약체결을 통해 빌딩을 리모델링한 사례들이다.
콜로라도에 있는 한 건물은 예산 증감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를 획기적으로 바꿨으며, 일조량 투입도 확대했다. 또 히트펌프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이를 통해 빌딩 내의 에너지 소비를 5배 가량 줄였다.
그 다음 빌딩은 '넷제로'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해 정부의 예산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에너지 절감 퍼포먼스 계약을 통해 시행한 것이다. 카리브해안의 빌딩이라 전기세가 매우 비쌌는데 17년 가량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태양광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단열을 강화하고 세입자들의 생활방식을 매뉴얼에 맞추는 등 여러가지 노력이 있었다.
다음 건물 사례 역시 추가 예산없이 진행한 프로젝트다. 이 빌딩은 심플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예산 추가 없이 달성하는 게 우리가 원하는 목표였다. 이런 목표를 세워놓고 입찰자 중 가장 많은 항목을 달성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했다. 이것이 계약 조항이었기 때문에 예산 내에 완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계약상의 조건이 서로 공유되면서 단 한 차례의 설계변경 없이 달성한 성과다.
 
-앞서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처방안에 대해 잘 들어봤다. 그렇다면 우리가 제도적, 정책적으로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미국 정부는 온실가스 절감을 목표로 각 연방기구마다 '에너지 소비 성적표'를 도입하고 에너지 사용량 정보 공개, 등급 책정 등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모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기반으로 가능한 것들이다.
따라서 정부 소유 건물과 민간 대여 건물 등 정책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경우 세제 혜택 또는 건축 설계 지원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들이 동반된다면 적극적인 시장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원나래 기자 wiing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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