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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중국 게임업체 국산 인기 게임 베끼기 탓에 게임 한류 ‘속수무책’

내용은 똑같고 일러스트만 살짝 변형해 저작권 이슈를 피해가는 편법 기승

2016-10-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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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중국의 한국 게임 베끼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개발사의 인기가 높은 게임이 나오면 곧바로 베껴 출시하거나, 게임 계약 이후 유사한 게임을 몰래 만드는 등 경쟁 회사의 '지식재산권(IP)'를 허락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게임 디자인이나 방식을 일부 모방해 응용하는 수준을 넘어 원작을 그대로 베끼는 등 중국 게임업체들의 저작권 도용 문제는 거의 대놓고 베끼는 막무가내식이다. 더욱이 유명 IP를 일부분만 변경해 자사게임에 적용하거나 일러스트를 살짝 변형해 저작권 이슈를 피해가는 편법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게임들은 중국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시장에 아무런 제재없이 유통돼 큰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중국 QQtang(왼쪽)과 한국 넥슨이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는 크레이지아케이드의 맵, 오브젝트, 캐릭터 비교.
 
26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위메이드의 '윈드런너' 등을 모방한 중국산 게임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차원에서 효율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예컨대 중국산 게임 'QQtang'은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캐릭터 외 게임 규칙까지 그래픽 디테일을 조금 고친 것 외에는 유사하다. 넷마블의 '스톤에이지'와 중국의 '몽환석기', 선데이토즈의 '애니팡'과 중국의 '매일매일 팡팡'도 마찬가지다.
 
중국 게임사들은 엔씨소프트 '아이온'과 블루홀의 '테라', 웹젠의 '뮤온라인' 등 온라인 게임 IP까지 도용해 인지도 상승을 노리기도 한다.  웹젠의 '뮤온라인'의 경우 중국 게임사에서 이름부터 로고, 캐릭터 외형까지 도용해 웹젠이 지난해 고소에 나서기도 했으나, 중국 정부의 방치 아래 장기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기 쉽지 않다. 넷마블 또한 '스톤에이지'에 대한 모방에 대한 법적 대응 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준비 중인 상황이다.
 
중국에서 짝퉁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저작권법이 난해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입증하려면 '문학, 구술, 예술, 미술, 건축, 사진, 컴퓨터 소프트웨어, 설계도·지도 등의 도형·모형, 영화 및 유사 방식의 저작물, 기타 법률로 교정된 저작물' 등 여러 항목에서 따져 봐야 하는데 게임에 관련된 것이 없다.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 명목으로 외국 기업에 불리하게 법을 제정해, 중국 게임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해봐야 실익을 찾기 힘들다. 
 
중국산 불법 모방작들은 국내 게임 불법 베끼기를 통해 중국시장에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모바일 앱 시장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 기준 중국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에서 매일매일 팡팡과 몽환석기는 상위권 안에서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iOS 매출 순위 10위 게임의 중국 전체(안드로이드 포함) 매출은 하루 평균 5억~1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 시장에 모방작이 범람하고 있으나 개별적인 업체 차원에서의 대응이 쉽지 않다"며 "중국은 IP 보호 체계가 유명무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경우도 '미르의 전설' IP를 둘러싸고 액토즈소프트, 중국 샨다게임즈 간 분쟁을 두 달 가까이 벌이고 있다. 이 분쟁은 지난 6월 말 위메이드가 중국 게임사 킹넷과 최소보장수익 300억원 규모의 '미르의전설2' IP 제휴 계약을 맺으면서 위메이드와 액토즈 간 수익 배분율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불거졌다. 사실사 이 분쟁도 국내 업체간 소송전의 결말을 얻으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무엇보다 하반기에 국내 게임사들이 기존 온라인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을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라 불법 모방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RK'를 각각 10월 출시를 앞두고 있고 기대작인 ‘리니지M’은 12월 출시 예정이다. 중국 스네일게임즈가 '리니지2' IP로 개발한 '리니지2:혈맹'은 iOS 마켓 기준 7위까지 급상승한 상황이다.
 
이에 그나마 국회에서 중국산 짝퉁게임을 제지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동섭 의원(국민의당, 비례대표)은 지난 7월 국산 게임을 모방하는 중국산 게임시장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위한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산 게임의 국산 게임 IP 침해 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지만 이렇다할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외교적 마찰 등을 염두에 둔 나머지 소극적 대처로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도 IP 침해 문제에 대해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업계 불만을 의식한 나머지 정부가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각 부처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 수준에 그친다"며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나서 근본적인 콘텐츠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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