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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중형 세단 전쟁 진정한 승자는 '쉐보레 말리부'

국민차 쏘나타 턱밑 추격, 가솔린모델은 사실상 1위

2016-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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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종훈 기자] 2016년 상반기 끝자락에 시작된 중형 세단시장 전쟁이 4분기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가 파업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형 세단시장에서 오랜 기간 왕좌를 지켜온 현대차 쏘나타의 아성을 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며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지난 9월 쏘나타와 말리부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쏘나타가 전년 동월대비  2000여대가 줄어든 6108대를 판매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동안 말리부는 오히려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000대가 증가한 3970대를 판매했다. 쏘나타 고객층의 상당수를 말리부가 흡수한 셈이다. 말리부는 초반 돌풍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파업 등으로 SM6에게 다소 밀리는 듯 했지만 정상조업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SM6 판매속도가 주춤해져 4000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각 사 택시 판매분을 제외하면 2위 자리는 시간 싸움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가 중형 세단 시장에서 가파르게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국민차 쏘나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사진/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는 현재 중형 세단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자동차로 통하며 주목 받고 있다. 
올해 4월 말 서울 고척돔에서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쉐보레 말리부는 출시 후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 엄청난 사전 주문량 탓에 실제 고객들이 차를 인도받기까지도 3, 4개월 이상이 소요됐을 정도다. 이러한 성과는 쏘나타, SM6 등과 달리 디젤이나 LPG 모델 없이 '가솔린'모델로 하나로 이뤄냈다는 데 더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영업용(택시) 판매도 없이 이정도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것은 말리부가 중형 가솔린 세단 중에서는 ‘사실상 판매 1위’를 기록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말리부의 인기는 비단 국내시장 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 상반기 북미시장에서도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포드 퓨전과 함께 중형세단 판매 TOP 5에 이름을 올렸다. 판매량은 전년대비 25%나 상승해 중형 세그먼트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말리부가 준대형급 차체 사이즈와 동급 최고 성능, 날렵한 쿠페형 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상품성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말리부의 첨단 안전사양이다. 신형 말리부는 가혹하기로 유명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이하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비롯, 모든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인 'GOOD' 등급을 받았다. 또한 최근 새로 추가된 전방추돌방지(Front crash prevention) 항목에서도 최고등급인 'SUPERIOR'을 획득해 최고의 안전성능을 기록했다. 에어백, 고강성 차체 프레임 등 사고 후 피해를 줄이는 `수동형 안전장치`는 물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능동형 안전장치’가 동급 최고수준으로 탑재된 덕분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첨단 안전사양은 자동 긴급제동시스템(이하 AEB, Autonomous Emergency Brake)이다. 자동 긴급제동시스템은 자동차가 스스로 사고를 예측하여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첨단장비다. AEB는 애초에 사고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IIHS의 보고서에 따르면, AEB를 기본 적용할 경우 후방 추돌 사고율이 40% 감소하며 연간 교통사고 발생률은 20%나 줄어든다. 이에 미국은 지난 3월, 2022년까지 모든 신차에 AEB를 기본 장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국산 중형차 시장에도 AEB기능이 속속 적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쉐보레 말리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최고급형 모델에서만 고가의 옵션으로 장착되는 것이 현실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SM6`가 말리부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르노삼성차.
대한민국 대표 중형세단 쏘나타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첨단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한 2017년형 쏘나타로 1위 수성에 나섰다.사진/쏘나타.
현대차 쏘나타 고객의 경우, 2955만 원 상당의 최상급 모델인 스페셜 프리미엄 모델에 170만 원을 더 들여 총 3125만 원을 지급해야 AEB가 장착된 차를 탈 수 있다. 기아차 역시 K5의 최상급 모델인 시그니처 또는 고성능 모델인 GT-LINE과 같은 고가 모델에 185만 원을 더해야 AEB가 탑재된다. 르노삼성 SM6 역시 2.0 모델 중에서도 최상급인 RE 트림에서만 150만 원을 추가하는 조건 하에 AEB 기능을 제공한다. 
 
이에 비해 쉐보레 말리부는 AEB 적용범위가 넓고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포함돼 있다.  2655만 원의 중급 트림인 LT모델부터 AEB 기능 선택이 가능하며, 옵션 가격 또한 경쟁사 대비 훨씬 저렴한 130만 원이다. 총 구입비용 대비 성능인 ‘가성비’를 따져보았을 때 말리부가 가장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경쟁 차종들의 경우 AEB가 탑재된 차를 구입하기 위해 소비자가 총 3000만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반면, 말리부의 경우 2000만 원 대에 같은 기능을 장착할 수 있다.
 
AEB 외에도 말리부에는 다양한 첨단 편의안전장비가 탑재됐다. 동급 최초로 탑재된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앞 차량과의 충돌 가능성을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전방 충돌 경고시스템·전방 거리 감지시스템, 반대편 차선의 차량 불빛을 감지하여 상향등을 자동으로 하향등으로 전환해주는 스마트 하이빔 등 옵션이 대거 포함돼 있다. 안전에 민감한 최근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9월 원만하게 노조화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은 한국지엠 쉐보레는 최근 말리부 생산속도를 높여 고객의 대기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출시초기 3, 4개월 이상 대기기간을 3주 내로 계약부터 출고까지 완료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공장 전원이 하나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f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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