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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갤럭시노트7 단종, 정부 산하기관 책임론 제기

설계도 심사과정서 배제…"원인규명 실패에도 리콜 승인" 주장도

2016-10-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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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삼성전자가 배터리 폭발을 일으킨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단종결정을 내린 가운데 제품 검사를 진행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들의 관리감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소속 홍의락 의원은 13일 “한국산업기술시험원(시험원)은 지난 4월 삼성SDI가 중국과 베트남 공장에서 제조된 갤럭시노트7 배터리 두 개의 안정성 시험의뢰를 하며 함께 제출한 배터리 설계도를 심사과정에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4월19일 중국·베트남 공장에서 제조한 갤럭시노트7 배터리에 대한 안정성 시험을 의뢰하면서 CB인증서와 함께 설계도, 회로도, 설명서 등을 시험원에 제출했다. CB인증서는 국제전기기기인증제도(IECEE)에 따라 공인받은 국제 인증기관에서 국제표준(IEC)에 의거해 시험 후 발행한 인증서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시험원은 배터리 설계도를 제출받았음에도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전기용품안전운용요령 규정에 설계도 심사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시험을 면제했다. 홍 의원실에서 두 배터리에 대한 ‘외부 시험성적서 검토기록지’ 내 사전점검 항목을 확인한 결과 회로도와 설명서 등은 포함된 반면 설계도는 빠졌다.
 
홍 의원은 “이 때 설계도를 꼼꼼히 봤더라면 지금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기업 기술도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증서만 믿고 기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자료가 배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험원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다음달 30일 해당 배터리들에 대한 안정인증서를 발급했다.
 
홍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시험원 관계자는 “제출서류 중 참고 되는 자료는 기본사양서, 부품리스트, 회로도, 라벨표시사양, 사용자 설명서이며 설계도는 심사 규정에 없다”며 “규제가 강해지면 기업들이 반발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설계도를 시험원이 면밀히 보고 판단했으면 지금과 문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유사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시험원의 검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제품 폭발 후 배터리 리콜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국가기술표준원(기표원)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날 “기표원이 갤럭시노트7 리콜 승인을 위한 현장조사에서 삼성 측으로부터 ‘폭발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리콜 승인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에 따르면 기표원은 지난달 21일 배터리 안전 분야 전문가들과 삼성전자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CT스캔과 엑스레이(X-ray) 등의 검사를 통해 발화사고가 발생한 삼성SDI 배터리와 교환제품에 들어갈 중국 ATL 배터리를 비교·분석하는 시험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원인 규명을 위한 재현성 실험을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기표원은 해당 사실은 공개하지 않은 채 ATL 배터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후 리콜 승인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원인에 대한 검증 없이 폭발 제품(삼성SDI 배터리)과 아직 폭발하지 않은 제품(ATL 배터리)을 단순히 비교만 하고 교체품이 안전하다는 엉터리 논리를 편 셈”이라며 “기표원과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에게는 리콜 대신 다른 기기를 임대하고 폭발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해 추가적인 피해를 막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SDI가 제출한 배터리 시험성적서가 규정된 온도조건을 위반한 것을 알고도 시험원 등이 KC인증을 내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갤럭시노트7 출시 두 달 만에 단종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던, 배터리의 안전인증 기준 위반이 드러났다”며 “안전인증을 수행하는 국내 인증기관들의 허술한 인증제도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ATL의 배터리와 단전지가 인증기준인 -10~65도 사이에서 충전한 샘플로 인증시험을 통과한 것과 달리, 삼성SDI 배터리는 단전지 시험에서 제품사양에 나온 충전 시 허용온도(-5~60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0~45도에서 충전한 시료로 인증을 받은데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테스트 규정이 충전전압 4.4볼트에서 10~45도인 것을 감안해, 5~45도 구간에서 문제없이 승인을 받았다”며 “-10~60도 범위는 이보다 낮은 전압조건에서 해당하는 것이다. 국제 규격대로 테스트를 완료한 것이 맞다”고 해명했다.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교환·반품을 원하는 고객들이 반납한 갤럭시노트7이 쌓여 있다.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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