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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피플)"골칫거리 안쓰는 육아용품, 믿고 맡겨만 주세요"

육아용품 거래 플랫폼 '픽셀' 인기…판매자 방문해 직접 구입한 뒤 온라인 판매

2016-10-13 13:30

조회수 : 4,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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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불황에 합리적인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몰의 중고품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한 쇼핑몰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는 전년 대비 50%가량 성장했다. 거래되는 중고품 가운데 가장 거래가 활발한 품목은 단연 육아용품이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모바일쇼핑 거래 상품군별 비중에 따르면 아동·육아용품이 66.4%로 가장 많았다. 아이들의 빠른 성장 속도에 따라 용품도 빠르게 교체된다. 안쓰는 육아용품이 하나 둘 집안 한구석에 쌓여간다. 아이가 사용하는 물건이다보니 소재, 안전성이 인증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가격도 덩달아 뛴다. 중고거래가 확대되는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거래가 크게 늘자 이를 악용한 중고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중고거래 사기 등 인터넷을 이용한 사기범죄도 전년대비 21%이상 늘어났다. 중고 유아용품 사기 피해만 1200여건이다. 아이가 1cm 자라면 1kg 이상 쌓이는 육아용품. 공유기업 '어픽스'는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짐을 덜어줄 만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육아용품을 쉽고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픽셀'이다. IT 전문가들이 모여 탄생시킨 육아용품 공유 기업 어픽스의 한창우 대표를 만나봤다.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가든파이브 내 강남청년창업센터. 이곳에는 200여개의 사무실이 늘어서있다. 청년 창업가들의 일터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챌린지 1000 프로젝트’ 참가자를 모집해 200팀을 선별, 올 10월까지 사무실을 지원하고 있다. 어픽스도 선정 기업 중 한 곳으로, 지난해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육아용품 중고거래 플랫폼 '픽셀'
 
어픽스는 지난해 말 IT업종에서 종사하고 있는 4명이 모여 만든 공유기업이다. 어픽스(affic)는 '부착하다, 붙이다'는 뜻으로, 여기에는 'IT를 삶에 접목시켜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가 담겼다. '한 직장이 평생 직장이 될 수 없다'며 창업을 결심한 4명의 공통점은 '부모'였다. 한 아이의 엄마이고 아빠였다. 육아를 하다가 불편했던 점을 나누고 해결 방안을 찾았고, 육아용품 거래 플랫폼 '픽셀(picksell)'이 탄생했다.
 
한창우 어픽스 대표. 사진/어픽스
 
창업 당시 한창우 대표 역시 3개월된 아이의 아빠였다.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용품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커가면서 종류도 많아졌죠. 물려줄 아이도 없으니까 계속 쌓여만가고,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서 얼마 사용하지도 않은 제품을 그냥 처분할 수도 없으니 엄마들에게는 적지 않은 '고민 거리'였던 셈이죠." 어픽스는 바쁜 엄마들의 중고거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중고거래는 개인과 개인이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시간을 서로 맞춰야한다는 불편함과 믿고 살 수 있는 지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픽셀은 이 같은 불편함을 없앴다. 판매자 집을 직접 방문해 매입하고, 이를 가공해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하나씩 거래했던 것을 중간 플랫폼인 픽셀에 한꺼번에 팔 수 있어 편리하다. 구매자는 시간,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과 개인간 거래이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취소되는 경우도 생기죠. 또 구매자 입장에서는 사기에 대한 두려움, 품질에 대한 걱정도 있는데, 픽셀로 이 같은 부담을 없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픽스는 올해 서울시와 성남시의 공유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엄마들의 입소문으로 급성장
 
출발은 미약했다. 처음에는 10개 용품으로 시작했다. 한 대표가 직접 송파지역 내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엄마들의 반응과 가능성을 지켜봤다. 엄마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택배를 붙이고 직거래를 부담스러워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개인과 개인의 거래에서 가격은 협상을 통해 이뤄진다. 픽셀을 통한 거래에서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관건은 데이터 확보다. 지난 1년간은 여러 중고카페를 통해 데이터를 모았고, 이를 토대로 가격을 결정했다. 지금은 여기에서 한단계 발전했다. 거래량이 늘면서 지난 1년간 축전된 픽셀의 데이터가 '기준'이 됐다. 
 
품목도 늘었다. 장남감, 육아·출산용품에서 시작해 유모차, 도서에서 지금은 주방 소형가전으로까지 확대했다. 육아용품 중고거래자의 타깃이 30~40대 주부들인 만큼 소형가전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판매자들은 평균 12개 제품을 한번에 판매하고 있다. 53개 제품을 한번에 판매한 고객도 있었다. "하나 둘 쌓인 아이 용품이 이 정도 많았던 것이죠. 수거를 담당하는 픽맨이 집에 방문해서 아이용품을 가져나오는 데 차가 가득찰 정도였습니다. 보통 판매하는 제품 이외에도 무료 나눔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주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픽스 사무실에는 이렇게 무료로 받은 제품도 한가득이다. 한 대표는 나눔 제품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의미있게 쓰일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지난 1년간 어픽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매출도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만큼 육아용품 처리에 대한 엄마들의 고민이 컸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초창기인 지난해 11월 100만원이었던 매출은 올 7월 기준 2200만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월간 접속자수(MAU)도 280명에서 8000명으로 급증했다.
 
가족도 늘었다. 4명이 시작한 어픽스는 지금은 9명이 함께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초창기 어픽스의 고객이었던 직원도 있다. "처음 지역 내에서 전단지를 돌리다가 고객이 된 엄마가 지금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보니 회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창우 어픽스 대표가 매입한 중고 육아용품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어픽스
 
판매물 등록 불편까지 없앴다 
 
어픽스는 이달 말 픽셀을 더 편리하게 개편한다. 지금까지는 판매할 제품을 온라인에 하나씩 등록해야하는 불편이 있었다. 제품의 품목, 상태 등을 모두 등록해야하는데, 10개 제품 이상을 기입하다보니 시간적 부담도 컸다. 
 
서비스 개편으로 10개 이상의 제품 판매도 원클릭으로 가능해진다. 판매 접수만 하면 픽맨이 집에 방문해 제품들의 가격을 그 자리에서 결정하고 바로 계좌이체까지 진행한다. 더욱 편리해지고 거래 진행도 빨라지는 셈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 지역은 줄였다. 현재 서울, 경기 일부 지역에 제공하던 것을 송파, 강남, 서초, 강동, 성남 등 5지역으로 한정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한 것이다. "시범 거래를 진행한 결과 오히려 지역을 축소했음에도 매출은 늘었죠. 서비스가 더 편리해지면서 판매자들의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개편된 서비스를 통해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점차 지역을 다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어픽스의 목표는 육아용품으로 시작한 중고거래 서비스를 모든 제품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모든 잉여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조력자로 역할을 다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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