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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융당국 관치 그리고 '지록위마'

2016-10-11 15:49

조회수 : 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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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대책은 부동산 대책이 아닌 가계부채 대책이다. 분양시장 과열 책임을 금융위원회에 묻는 것은 맞지 않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기자들과 가진 정례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8.25대책 이후 9월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최고 상승폭을 찍고, 서울 거래량도 총 1만10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989건을 크게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과열 양상이 짙다. 공급물량을 줄이겠다고 하니 시장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를 주도한 임 위원장이 부동산 시장의 과열 책임을 자신에게 묻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를 논한다. 1250조원대의 가계부채 중 절반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당연히 가계의 부담도 커진다. 이는 빚으로 연결된다는 게 상식이다.
 
앞서 수많은 전문가들조차 전매제한 강화나 은행의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등에 대한 규제가 빠졌다는 이유로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일제히 예상했다.
 
무지의 소산이라고 치자. 이번에는 책임 떠넘기기로 이어졌다. 임 위원장은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은 정부 부처간의 협업이며, 국토부에서 부동산 관련 대응은 잘하고 있다"며 책임을 국토부에 전가했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해 8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발언과 묘하게 맞물린다. 최경환 경제팀은 2014년 8월 50~60%의 DTI와 LTV를 각각 60%,70%로 상향 조정하고 2.50%였던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며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유도했다. 이에 따라 2013년 1019조원이던 가계부채는 2014년 1085조원, 2015년에는 1203조원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하를 종용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독립권 훼손도 서슴치 않았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적난에 몰리자 아예 정부가 분양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책임 추궁에 최경환 당시 부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빚내서 집사라고 한 뜻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 사이 서민들의 민생고는 깊어만 갔다. 전세난에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로 이동해야 했고, 월급은 고스란히 집세로 나갔다. 이들이 최 부총리 해명을 들으면서 느꼈을 서러움은 결국 총선에서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 최 부총리로서는 자신을 신뢰한 대통령과 당에 대한 기막힌 보은을 한 셈이다.
 
상탁하부정이라 했다. 윗물이 탁하니 자연스레 아랫물도 탁해졌다. 최근 금융위의 초급 사무관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대응하는 모습은 공직사회에 뿌리내린 적폐와 책임 회피를 잘 설명해준다. 올 4월 초급 사무관이 피감기관 여직원을 저녁에 불러 술을 먹이고 성추행하고 심지어 성폭행하는 초유의 갑질 행태를 보였다.
 
금융위 대변인실은 명백한 범죄를 대하고도 "업무상 관계가 아닌 개인적 만남이었다"며 사건 축소에 바빴으며 "피해자와 가해자는 연인 사이였다"는 식의 해명까지 내놨다.  
 
진나라 시대 황제를 농락하며 권세 누렸던 조고의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국민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꼭 닮아 있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 없는 정부와 정책이 더 이상 시장을 농락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고재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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