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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물고기이야기)가을 갯벌의 돌꽃, 석화가 핀다

임현정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박사

2016-09-23 08:00

조회수 : 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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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은 돌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특징 때문에 '석화'라 부르기도 하며, 완전식품이라는 우유처럼 각종 영양이 풍부해 '바다의 우유'로 불리기도 한다.
 
임현정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박사
세계적으로 굴의 종류는 36여종으로 분류되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은 참굴, 바윗굴, 벗굴, 강굴, 털굴 등 5종이 알려져 있다. 이 중 참굴은 환경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성장이 빨라 산업적 가치가 높다. 많은 국가에서 양식 대상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참굴 생산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액 측면에서 보면 중국, 프랑스, 일본, 미국에 이어 5위에 그쳐 어촌과 연구기관 등에서는 우리나라 굴을 고가의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상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갯벌에서 개체굴 형태로 키우는 '갯벌참굴'이다.
 
남해안을 여행하다보면 바다에 하얀 색 스티로폼 부이가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굴, 멍게 등의 양식을 위한 수하연(가지줄) 시설이 가라앉지 않도록 매달아 놓은 것이다.
수하식 굴 양식은 어린 굴이 붙은 줄을 바다 밑으로 내려 키우는 방식으로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굴이 큼직하고 통통하다.
 
이 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 굴의 80% 이상이 남해안에서 덩이굴로 생산된다. 덩이굴은 수확 후 패각을 제거하고 육질부만을 상품으로 생산해 알굴이나 가공품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반면 유럽,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패각을 제거하지 않은 채 하프굴(Half Shell, 반각굴)이나 통굴로 생산해 고가로 판매된다.
 
서해안에서는 이처럼 패각을 제거하지 않고 굴을 한 마리씩 판매할 수 있도록 갯벌에 굴 양성망을 얹을 수 있는 지지대를 마련하고, 개체별로 분리된 굴을 양성망에 넣어 지지대에 얹은 후 고정해 양성하는 방법으로 개체굴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를 '갯벌참굴'이라 부른다.
 
서해안 갯벌은 조석간만의 차에 의해 일정시간 공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을 가진다. 이러한 환경의 특징 때문에 서해안 굴은 육질의 탄력성이 좋으며 껍질이 두꺼워 패각이 잘 부서지지 않는다. 또 여름철에도 독성이 없으며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남해안 굴에 비해 성장이 느리다는 단점을 지닌다.
 
이처럼 성장이 더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갯벌참굴 양식용 종묘로는 일반 굴에 비해 염색체 수가 3배가량 많은 3배체 굴을 사용해 빠른 성장 및 연중 생산을 꾀하고 있다.
 
일반적인 서해안 굴은 3년 성장 시 최대 6cm 정도로 자라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나 3배체를 종묘로 사용하는 경우 18개월 만에 7cm 이상의 수확 가능한 크기로 키울 수 있다.
 
따라서 3배체를 이용한 서해안의 갯벌참굴 양식은 서해안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양식품종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종묘(어린 굴)를 구입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크기가 비슷한 개체들로 선별해 양성망을 갈아줘야 하는 등의 투자와 관리 작업이 요구된다.
 
향후 갯벌참굴 양식 산업이 보다 산업화되면 유럽 혹은 미국 등에서와 같이 자동화 작업을 통해 노동력의 절감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굴은 알파벳에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5월∼8월)에는 먹지 말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수온이 상승하는 5월부터 굴에 알이 차기 시작해 8월이 주 산란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갯벌참굴은 3배체를 사용해 여름철에도 알이 차지 않기 때문에 휴가지에서 싱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서양에서는 수산물을 생식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굴만은 익히지 않고 레몬즙 혹은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 와인과 즐기는 것이 대중화돼 있다. 그만큼 훌륭한 식감과 영양 때문이다. 올 가을에는 바다향을 가득 머금은 굴로 원기회복에 나서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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