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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르포)서울시, '몰카와의 전쟁' 한 달…“점검 만으로도 안심”

여성 시민 대부분 만족·인력 부족으로 일회성 점검 아쉬워

2016-09-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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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요즘 몰카는 너무 작아서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잡아내기 힘들어요.”
 
지난 9일 오후 2시쯤 용산구 남산도서관에서 만난 여성안심보안관 김태성(60·여)씨와 박광미(48·여)씨는 “몰카는 설치될만한 곳보다는 예상외의 공간에 숨어있다”며 몰카 점검 방법을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몰카 점검에 나선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기자는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과 함께 몰카 점검 현장을 동행했다. 김씨와 박씨는 서울시로부터 용산구를 담당지역으로 배당받았다. 여성안심보안관들은 각 자치구별로 2명씩 활동 중이다.
 
김씨 등은 지난달부터 용산구립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해 용산구 일대 공공 개방 건물 화장실과 탈의실, 공원 공중화장실을 2인 1조로 다니며 몰카가 설치됐는지 점검 하고 있다.
 
기자가 동행한 날, 김씨 등은 용산구 일대 공공화장실 점검이 예정돼 있었다. 첫 점검지역은 남산도서관이었다. 김씨가 여자화장실 입구 앞에 ‘몰카 점검 안내판’을 세우자 뒤이어 박씨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여자화장실 안에 사람이 없어 기자도 잠시 따라 들어갔다. 박씨는 신속하게 화장실 칸 안으로 들어가 몰카가 설치될만한 곳에 탐지기를 가져다 댔다.
 
현장 점검을 나오기 전 3일간 교육을 받았다는 박씨는 “몰카를 쓰레기통 안 휴지 사이에 숨겨 놓기도 하고, 심지어 얇은 플라스틱 쓰레기통 내부에까지 설치한다”고 몰카 설치 수법을 설명했다. 
 
박광미(48·여) 여성안심보안관이 화장실 좌변기 위쪽 환풍기에 몰카 탐지기를 가져다 대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박씨는 천장 환풍기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화장실 한 칸을 점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체로 5분을 넘지 않았다. 
 
박씨는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데, 신속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점검 시간이 길어 지면 여성분들이 화장실 사용에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가 화장실 안에서 점검을 하는 동안 김씨는 화장실 입구에서 점검 상황을 안내했다. 점검 안내판을 확인한 여성들은 순간 멈칫하거나 이내 다른 화장실을 찾기도 했다. 
 
공무원 준비생인 김수연(23·여)씨는 “순간 안내판을 잘못 보고 몰카가 있다는 줄 알았다”며 “매번 같은 층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여성 대부분은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점검 자체는 만족해했다. 남산도서관을 찾은 박시연(44·여)씨는 “몰래카메라는 신고를 해야 잡아내는 줄 알았지 이렇게 찾아다니는 줄 몰랐다”며 “점검해주기만 해도 우리같은 사람(여성)은 안심이 된다”고 좋아했다. 
 
일부 시민은 일회성 점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남산 도서관에서 만난 최모(28·여)씨는 “점검 자체는 너무 좋다”면서도 “정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더 점검 효과가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용산구 여성안심보안관이 몰카 점검을 위해 안내 표지판을 세워두고 화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실제로 여성안심보안관이 지난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점검해야 하는 공공건물은 평균 100여 곳이 넘는다. 하지만 일주일에 월·수·금 3일만 점검을 나서는 상황에서 두 번에 걸친 점검은 힘든 게 현실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김씨와 박씨가 점검한 남산도서관과 용산도서관 여성화장실 칸은 총 45개. 이동시간과 5분 내외의 점검 시간을 감안하면 빠듯하기만 하다. 
 
김씨는 “아직까지는 인력도 부족하고, 공공건물만 점검하고 있다”면서 “나중에는 민간 건물까지 점검 범위가 넓어져 보다 많은 분들이 안심하고 화장실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검을 마친 뒤 김씨와 박씨는 연신 이마의 땀을 닦으며 용산구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2일 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25개 자치구에서 몰카 점검을 한 공공 개방 건물은 1101곳, 민간개방 건물 212곳, 경찰합동점검 64곳으로 총 1377곳이다. 아직까지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용철 시 여성정책담당관은 “시는 남은 활동기간에도 몰카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하겠다”며 “현재 운영 중인 여성안심보안관은 오는 11월 이후 나오는 성과를 토대로 확대 운영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몰카가 설치된 곳에 몰카 탐지기를 가져다 대면 탐지기에 전류가 감지돼 표시 눈금이 올라간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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