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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금융당국, 우리은행 매각전 외국자본 '물빼기' 고심

안방보험, 외국계 우호 투자자 2곳 확보 시 경영권 장악 가능

2016-09-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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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금융당국이 우리은행(000030) 지분 매각에 안방보험 등 해외자본 '물'빼기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 자본인 안방보험이 외국 우호지분을 활용해 사실상 우리은행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국부 유출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내외 여건 상 이번이 우리은행 민영화에 적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해외자본의 참여를 막을 수는 없는 입장이어서, 국내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4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우리은행 지분 인수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이밖에 교보생명, 새마을금고, 국민연금 등도 이번 지분 인수전 참여를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데는 금융위원회가 이들 국내 투자자를 우리은행 외국자본 투자자의 견제세력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사외이사 확보를 원하는 교보생명과 재무적 투자를 원하는 새마을금고의 셈법을 활용하면 외국자본의 경영권 장악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 경영권에 관심이 있는 교보생명은 최대 지분 8%와 사외이사 1인으로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돼 경영권 인수가 불가능해진 새마을금고는 사외이사보다는 재무적 투자로 발길을 돌렸다.
 
이에 금융위는 교보생명에게 새마을금고와 국민연금을 활용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우호적인 사외이사 수를 늘려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에는 은행지분 인수 시 필요한 승인 절차도 빠르게 진행해 재무적 투자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여 줄 수 있다.
 
당초 이번 지분 매각에 관심이 없다던 교보생명도 최근 들어 재차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 측은 "경영권이 없는 과점주주 방식의 매각이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사외이사 추천권의 가치를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경쟁사인 한화생명 역시 우리은행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융위가 국내 우호지분을 확보하려고 하는 이유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안방보험을 포함한 외국자본이 우리은행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현재 진성투자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외국 투자자는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등 중동국부펀드 1~2곳과 미국자본을 보유한 일본계 오릭스PE 등이다. 특히, 중동국부펀드의 경우 경영권보다는 수익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진행된 우리은행 매각 당시에도 이들 국부펀드들은 당국에 15% 이상 확정 수익률 보장을 요구했다. 당시 당국이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사외이사 2인 추천권을 제시했지만 중동국부펀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영권이 아닌 수익율을 중시하는 외국자본이 안방보험과 우호 관계를 맺게 된다면 이들 외국자본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외국 자본의 핵심인 안방보험이 은행장 선임권을 비롯해 사실상 우리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30%의 지분 매각 이후에도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이지만, 당국은 이번에 지분 매각에 성공하면 예보의 경영권 참여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후 예보가 보유할 수 있는 비상무이사 역시 은행장 선임에는 관여할 수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외국 자본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당초보다 1개 투자자의 최대 보유 지분과 사외이사 수를 줄였지만 여전히 안방보험을 중심으로 한 외국자본의 경영권 장악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며 "이 경우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 국부 유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들어 관심을 표명한 국내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 역시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냐"며 "당국은 입찰 마감까지 3주 동안 우리은행의 안정적인 매각을 위해 국내외 투자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창현 공적자금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입찰에서 최대한 많은 투자자가 입찰에 응한다면 추후 우리은행의 안정적인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주간사를 통해 수요조사에서 리스트에 포함된 잠재투자자들에 입찰 신청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지분 매각 시 외국 자본인 안방보험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과 새마을금고 등 국내 자본의 입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우리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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