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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건설사 매각에 몰리는 사모펀드…비자금 목적?

저가 인수 후 개발이익 거둘 수 있어 사업성 높아

2016-08-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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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들어 건설사 매각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의 입찰 참여가 크게 증가했다. 기존 건설사에 비해 자금조달이 수월한 데다 건설사 인수를 통해 보유 부지를 개발할 경우 개발이익까지 확보할 수 있어 사업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설사 인수를 통해 비자금을 확보하거나 실사를 통한 내부 정보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입찰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동아건설산업, 울트라건설, 동부건설(005960), 성우종합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등이 매각작업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만났고 삼부토건, 경남기업, STX건설 등 건설사는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유난히 M&A 시장에 나온 건설사들이 늘면서 새 주인을 찾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매각작업에서 유찰될 경우 매각가격이 단계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물밑 작업을 통해 인수자를 물색하는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매물로 나온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같은 업종에 있는 다른 건설사가 새 주인이 되기를 바라지만 실제 관심을 갖는 쪽은 대부분 사모펀드 쪽이다.
 
기존 대형 건설사는 이미 건설 관련 수직계열화 작업이 완료돼 있어 굳이 중소 건설사 인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또 공정위나 국세청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독점관련 의혹을 받을 수 있어 부담감도 큰 편이다.
 
중소 건설사의 경우 종합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해 부족한 사업부에 강점이 있는 건설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또한 비중이 높지 않다. 호반건설, SM그룹 등 일부 중견사에 불과하다.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사모펀드가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있는 건설사들이 M&A 시장에 쏟아지면서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매물을 중심으로 입찰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이들의 표면적인 입찰 목적은 "해당 건설사의 노하우를 활용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이를 통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투자를 위한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의 경우 건설사를 인수해 직접 개발에 나설 경우 개발이익까지 더해져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매각을 기다리는 건설사로서는 불안감이 앞선다고 토로한다.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한 사모펀드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됐지만 자금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제대로 된 경영계획을 밝히지 않아 중간에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종종 있다"며 "회사의 정상화 보다는 단기 차익 등에 집중해 제대로 준비를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들이 자금 세탁이나 비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건설사 인수에 나선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과거 대기업그룹들이 자사 계열사를 통해 오너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수한 건설사로 내부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려 그 중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 예비실사를 통해 확보한 내부 정보를 경쟁사에 넘겨 이익을 내려는 세력이 있다거나 인수 후 인위적인 주가 부양을 통해 단기차익만 얻고 빠지려 한다는 등의 소문도 있다.
 
이 때문에 매각작업에 나서는 일부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한 법정관리 건설사의 경우 일정 기간 매각 금지,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A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이른바 '먹튀' 위험성에 대해서는 법원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채권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입장도 고려할 수 밖에 없어 매각 건설사의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전했다. 
 
올 들어 건설사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 인수에 관심을 갖는 사모펀드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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