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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여자배구, 김연경 '도우미' 나와야 8강 간다

'최강 높이' 러시아와 잘 싸우고도 1-3 패배

2016-08-0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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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러시아의 높이를 넘지 못하고 패했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9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조별리그 A조 2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3-25·25-23·23-25·14-25)으로 졌다. 잘 싸웠으나 높이에서 오는 체력 부담이 경기 내내 대표팀을 괴롭혔다. 이날 패배로 대표팀은 올림픽 무대에서 러시아와 8차례 만나 모두 패하는 안타까운 기록도 피하지 못했다.
 
세계 랭킹 9위에 평균 신장 180cm인 대표팀은 세계 랭킹 4위에 평균 신장 186cm에 달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매 세트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높이 열세에서 오는 체력적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채 4세트에서 무너졌다.
 
대표팀은 1세트부터 주포 김연경이 선전하면서 지난 6일 한일전에서의 기분 좋은 승리 분위기를 그대로 탔다. 1점을 내주면 다시 따라붙는 식으로 특유의 끈끈한 배구를 펼쳤다. 비록 첫 번째 세트를 내줬지만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준 대표팀을 향한 현지 팬들의 응원 목소리가 커질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2세트는 대표팀의 '적응력'이 빛났다. 이정철 감독은 세트 중반 작전타임을 불러 "측면을 노리라"는 주문을 했다. 이는 러시아의 블로킹 높이가 부담스러운 만큼 실수가 나오더라도 그들의 측면을 보고 과감하게 공격하라는 지시였다. 스파이크가 블로킹에 막히더라도 라인 아웃을 기대하자는 계산이었다. 그 덕분에 세트 점수는 23-23까지 좁혀졌으며 이어진 공격에서 양효진이 서브 에이스를 따내면서 대표팀은 24-23으로 역전했다. 이후 대표팀은 김희진이 이정철 감독 작전 지시대로 대각선 공격에 성공하며 세트스코어 1-1 원점으로 승부를 되돌렸다.
 
승부처인 3세트에서도 대표팀은 21-24까지 몰렸음에도 김희진의 이동 공격과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23-24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콘차노바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켰다. 높이와 힘을 앞세운 러시아의 공격이 점점 대표팀 선수단의 심리 상태를 흔들었다. 
 
이어진 4세트에서는 러시아의 높이를 상대하기 위해 한 발 더 뛰었으나 경기 내내 축적된 체력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7-18까지 끌려간 끝에 14-25로 세트를 내줬다. 김연경이 잠시 벤치로 물러나기도 하는 등 대표팀의 체력 문제가 대두하는 사이에 러시아는 여러 명이 다각도로 공격을 펼쳤다.
 
김연경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 공격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수비에서 좋은 모습이 나왔다"며 "경기에서 진 것은 아쉽지만 역전할 수 있는 뒷심이 나와서 분위기를 잡았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날 대표팀은 '에이스' 김연경이 20점을 올렸으며 양효진이 17점으로 뒤를 받쳤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쌍포' 타티야나 코셸레바와 나탈리아 곤차로바는 나란히 22점을 신고했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오전 8시30분에 아르헨티나와 맞붙는데 사실상 8강행 진출을 위한 승부처로 꼽힌다. 조 4위까지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따내려면 3승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지난 7월 세계 랭킹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12위다. 대표팀이 이후 상대해야 할 브라질(2위)과 카메룬(28위)을 고려하면 아르헨티나전에서 2승째를 챙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최국 효과'를 등에 업은 브라질을 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배구 관계자는 "러시아전까지 봤을 때 결국은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선수를 뒷받침해 줄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필요해 보인다"며 "양효진과 이재영 선수 등을 활용한 제2의 공격옵션을 살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체 종목 특성상 분위기 싸움이라는 요소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런 면에서도 선수단 전체 상승효과를 얻기 위해 다각도의 공격 루트 발굴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전 4세트에서는 김연경이 지치면서 잠시 벤치로 물러나기도 했다. 그 사이 대표팀은 제대로 된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다. 김연경 '도우미' 발굴이 숙제로 떠올랐다.
 
한편 올해는 한국에 배구가 도입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또 여자 배구대표팀이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40년이 된 해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팀은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3~4위전까지 올라 36년 만의 메달을 딸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과 숙명의 한일전에서 0-3으로 통한의 패배를 당한 아픔이 있다.
 
이정철 감독은 "중요할 때 1점은 5점하고 똑같다. 선수들이 이 점을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며 "배구는 득점이 아니라 실점이다. 결정적일 때 볼 처리 하나가 승부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도 작년보다 전체적으로 발전했다. 희망이 있다"고 8강 진출을 자신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 배구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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