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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리우에서도 떠오른 축구대표팀 '병역특례'

"군 문제 해결하고 오자고 손잡았다"…선수들, 민감한 사안 먼저 언급해 눈길

2016-07-0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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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리우올림픽에 나설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병역 특례'에 관한 속내를 솔직히 드러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대표팀 선수단이 겉으로 드러내기 꺼리던 문제를 당당히 밝힌 모습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단은 지난 5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병역특례가 꼭 받고 싶은 중요한 혜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찬동(광주)은 "군 문제는 중요하다. 3~4위전에 가서 지면 혜택이 없어져 부담될 수도 있다"면서 "안전하게 결승까지 가고 싶다. 그러면 마음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동진(광주)은 "이찬동과 함께 군 문제를 해결하고 오자고 손을 잡았다"고 화답했다. 주전 골키퍼 김동준(성남)은 "운동선수 누구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병역 혜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털어놨다. 심상민(서울)은 "런던올림픽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형들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 흐름을 우리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드러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3위와 아시안게임 1위의 성적을 거둘 경우 체육 분야 우수자로 분류돼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다. 군대에 가는 대신 4주간 기초 군사훈련만 받고 해당 분야에서 2년10개월의 의무종사 기간만 채우면 된다.
 
가장 가까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만 하더라도 축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선수단 전체가 병역특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병역'이란 단어를 꺼내지 않는 게 선수단 사이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당시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팀에 합류했던 박주호(도르트문트)나 김신욱(전북)도 병역과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런 팀 분위기를 전하며 답변을 피했다. 그 전 대표팀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한국 사회에서 병역의무가 지닌 무게를 알기에 선수들이 먼저 민감한 사안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실제로 이번 와일드카드에 뽑힌 석현준(포르투) 역시 "병역 때문에 올림픽에 꼭 가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미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장현수(광저우 R&F) 역시 병역이 해결됐다고 해서 올림픽에 나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하며 이번 올림픽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 내 젊은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으로 병역 특례를 거침없이 꼽은 셈이다.
 
국제대회 성적에 따른 병역특례는 1973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생긴 법이다. 세계 속에서 한국을 빛냈다는 '국위 선양'이란 명분이 병역특례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청소년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대상으로 하다가 1990년부터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안게임 우승자'로 혜택을 축소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이란 성적이 나오자 특별법을 적용해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주기도 했다.
 
이때부터 국제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의 병역특례는 경기 외에 또 하나의 관심거리가 됐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축구대표팀이 동메달을 따자 '축구 사상 첫 메달'이란 성과 외에 선수들의 병역특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최근에는 축구 외에도 야구를 포함한 다른 종목 또한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특례 대상자인지 아닌지가 여론의 집중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그때마다 "일반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대 의견과 "피땀 흘려 고생한 선수들에게 그 정도는 해줄 수도 있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계에서도 매번 논쟁이 벌어지는 병역 문제에 대해 이번에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먼저 속내를 내비쳐 눈길을 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맨 왼쪽)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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