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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 열려…양국 관계 정상화 의사 탐색

처음으로 쿠바 방문한 윤병세 장관, 한인후손회관도 방문

2016-06-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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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국의 외교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쿠바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1년 한인들이 처음으로 쿠바에 발을 내딛은지 95년 만의 일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 도착한 윤 장관은 5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아바나 시내 ‘컨벤션 궁’에서 진행된 로드리게스 장관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윤 장관은 양국간 수교를 추진하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75분 간 진행된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양국이 가진 잠재력을 구체화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측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회담 중 지난 1969년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후 ‘나 개인에게는 하나의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했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윤 장관의 제안에 대해 로드리게스 장관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관계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와 형제국 관계인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쿠바는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시절부터 깊은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1986년 평양을 방문한 카스트로 의장은 김 주석을 '노련한 전사'라고 칭송했다.

 

반대로 한국과는 지난 1959년 ‘쿠바혁명’ 이후 교류가 단절되고 미국의 경제제재 등의 이어짐에 따라 소원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그랬던 쿠바가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번 윤 장관의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윤 장관은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갖고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회담 후 윤 장관은 인근에 위치한 한인후손회관을 방문해 안토니오 김 후손회장을 만났다. 윤 장관은 김 회장으로부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힘을 보탠 쿠바 한인 1세대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실 등을 둘러봤다. 윤 장관은 “후손 여러분이 회관 등에서 문화와 언어 교류를 통해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주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인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 대해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향후 국무총리나 대통령 등 더 높은 공직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한인들의 자취를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회관을 찾은 윤 장관에게 김 회장은 쿠바를 대표하는 술인 ‘아바나 클럽’ 럼주를 선물했으며 윤 장관은 답례로 자개, 홍삼 등 한국 특산품을 증정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오전 쿠바 아바나 한인후손회관을 방문해 안토니오 김 쿠바 한인후손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전비호 주멕시코 대사.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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