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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초심 잃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2016-06-03 06:00

조회수 : 3,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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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를 노리고 정권과 입 맞추기에 올인 하는 것 같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최근 금융시장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분노 수준이다. 

 

맥이 빠져 있던 금융시장은 지난해 3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으로 전격 취임할 당시만 해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는 듯했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농협금융 회장 출신 금융위원장이라는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실제로 제자리걸음 하던 핀테크 활성화는 물론, 규제완화를 통해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살리면서 금융개혁은 탄력을 받는 분위기였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가 “임 위원장이 시장을 잘 알고 있으니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고 있다”는 칭찬을 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국내용’으로만 취급받던 국내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로 변모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면서 임 위원장에 대한 신뢰도는 급상승했다. 

 

심지어 안정적으로 금융시장을 관리해오던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마저 경질시키지 않았던가. 

 

‘개혁’이었다. 최경환 전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마저 “이대로는 안 된다”며 급격한 금융시장의 변화를 예고함과 동시에 임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위원장이 부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부총리 낙마 ‘충격’ 탓인지 임 위원장의 추진력은 동력을 상실했다. 조선·해운사를 필두로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금융시장은 불안감에 휘청거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들은 당장 위험 기업의 여신분류 기준을 변경해 어마어마한 충당금을 쌓아야 할 형편이다. 기업은 대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수익 보전을 위해 비이자 수익이나 소매금융을 확대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당장 비이자 수익은 한계가 있고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요인인 주택자금 대출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으로 막아 놨다.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기업들을 무릎 꿇게 만들고, 은행들을 옥 죄 소매금융시장에 돈을 풀게 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임 위원장은 여전히 기업 구조조정과 성과연봉제 도입에 혈안이 돼 있다. 핀테크는 부수적인 업무가 됐고 자율규제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도 없다.

 

차기 부총리가 되기 위해 현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울분 섞인 토로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언제까지 시장과의 눈 맞춤이 아닌 ‘현 정권과의 달콤한 입맞춤’을 할 것인가. 임 위원장이 기억해야 할 것은 금융시장의 산적한 난제들은 바로 차기 정권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임 위원장이 부총리가 된다 하더라도 결국 망가진 금융시장은 임 위원장 스스로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 빠른 길처럼 보이지만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부디 임 위원장이 다시 시장과 눈을 맞추고,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고재인 금융부장 jik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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