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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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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경제는 '시장 정의' 실현될 때 살아난다"

"유일한 진보정당 정의당, '야당 내 야당'으로 더민주·국민의당 이끌겠다"

2016-06-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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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국회의원 6명.'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얻은 의석수다. 지난 국회 때 5석과 비교해 하나 증가했지만, 선거 전 지도부가 목표로 했던 두자리수 의석에는 한참 못 미쳤다. 게다가 기존의 제3당 지위마저 국민의당에 내줬다. 국민의당의 부상으로 국회 사무실 공간이 축소되는 설움도 맛봤다.
 
비록 당은 총선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진보정당의 간판 스타인 노회찬 원내대표는 여의도 복귀에 성공했다.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3년 만의 복귀다. 그만큼 노 원내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정의당의 원내대표로서 원내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정의당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비율이 7%다. 우리와 정반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지피지기면 100전 100승 아닌가.”
 
노 원내대표는 정의당의 변화를 위해 최근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20대 국회 임기 시작에 맞춰 정의당 의원들이 보수와 진보인사를 망라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른바 ‘광폭경청’이다. 첫 주인공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였다. 이후에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등을 차례로 초청할 예정이다.
 
다음은 31일 국회 의원회관 노회찬 의원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 20대 국회가 가장 천착해야 하는 의제를 꼽는다면.
 
국민들이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경제 민주화로 집약된다.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한 조사에서도 그렇게 나온다. 성장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경제 민주화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다. 막연한 구호로서의 경제 민주화는 안 된다. 경제 민주화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시장에서의 정의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다.
 
최근 정부에서 강조하는 이른바 '노동개혁' 입법은 시장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180도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쉬운 해고로 인한 양극화가 구매력 감소로 이어졌고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 저하로 이어지면서 내수시장을 장기 침체로 몰아넣고 있다. 시장에서의 정의를 통해 시장에서 약자인 소비자와 피고용인,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인들이 정말 강자들과 더불어 상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경기 활성화의 동력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최근 조선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조선업은 내수가 아니라 수출이 중요한 산업이다. 수출에만 의존하는 성장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예다. 탄탄한 내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정의를 구현하고, 이를 입법 활동으로 현실화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 6석을 가진 작은 정당이라는 근본적인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은.
 
정의당의 위상을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하나는 원내에서 4번째 당이지만 여전히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이라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야 3당 가운데 하나의 당이지만 다른 야당들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 속의 야당이라는 지위에 있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 지위를 십분 활용하겠다. 예를 들면 야 3당이 선거 때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들 중에 공통된 것들이 많다. 국민들에게 야당으로서 내걸었던 약속들을 확실하게 지키도록 채근하는 역할을 정의당이 하겠다. 그리고 경제 민주화 시대에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시장에서의 정의를 세워나가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선도해 나가겠다.
 
- 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정운호 게이트와 어버이연합 사건 등에서 공조하자고 합의했다. 그런 첨예한 문제에서 협력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설득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다른 당에 무엇을 강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만 국민의당도 선거 때 약속한 것은 지킬 의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은 국민의당이 선거 당시 득표를 위해 내걸었던 약속들이 공염불이 되지 않고 같이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아무래도 당이라는 것이 정책과 이념 포지션에 따라서 입장 차이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야권의 공조를 활성화함으로써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의 폭을 늘리겠다.
 
- 내년 대선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전망이 밝지 않다. 대선에 임하는 정의당의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가.
 
정당은 정책과 이념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 획득을 위해 만든 결사체 아닌가. 지금 비록 당세나 지지율이 크게 높지 않더라도 정당으로서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청사진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지지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대선 후보를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 다른 과제는 정권교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당끼리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은 선거연대를 하겠다는 것이고, 연대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괄목할만한 선전으로 우리나라는 사실상 다원적 민주주의로 접어들었고 다당제가 실현됐다. 다당제적 현실에서 국가 최고 권력을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가 국민들의 합의와 동의 속에서 탄생하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로는 부족하다. 결선투표제가 없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35%짜리 대통령 당선자도 나올 수 있다. 50%가 넘는 국민들이 찍지 않은 대통령은 대표성에도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은 불가피하다.
 
-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언론 환경과 정치 지형에서 결선투표제를 ‘보수 후보들이 갈라져 나온 후 결선투표제로 단일화하는 식으로 보수진영이 유리하게 활용할 여지가 더 많다’는 반론도 있다. 재반론한다면.
 
결선투표제에서 1위와 2위를 모두 수구보수 세력이 차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대단히 적다. 이번 총선에서 정당 투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의 득표가 다른 모든 야당들의 표를 다 합친 것보다 많았던 지역은 대구와 경북 밖에 없었다.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도 새누리당에 표를 던진 사람들보다 야당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 많았다. 총선과 대선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여야가 대선에서 1, 2위를 다툴 가능성이 크지, 범여권에서 1, 2위를 다 차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낮다. 그런 점에서 좀 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정의당이 구사할 전략은.
 
다른 나라의 선거제도 개혁 역사를 보면, 수십년간 싸워서 바꾼 예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상황은 조금씩 진전되는 면이 있다. 이번에도 결국 불발은 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독일식 정당명 비례대표제 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와 호응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도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당장 포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힘을 모아내면 개혁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대선을 활용해야 한다. 대선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공약한 후보와 정책 연대를 이뤄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서 단일화된 대선 후보가 '내가 당선될 경우 1년 내에 선거제도 개편을 국민투표에 회부해 이뤄내겠다'고 공약한다면 정의당은 적극적으로 그 후보와 야권연대를 할 생각이다. 사실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게 국회의원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물어서 결정하는 게 맞다.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의 주요 합의 내용으로 선거제도 개편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정권교체 후에 국민투표를 통해 처리하면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경로 아닌가 생각한다.
 
- 3년여 만에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소회와 '국회의원 노회찬'의 각오와 계획은.
 
19대 국회에서 삼성 X파일 문제 때문에 당선된지 1년만에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4심이라고 볼 수 있는 국민의 판결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잊지 못할 선거였다. 다시 일할 기회를 국민들에게 부여받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시장에서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구호로만 상생, 동반성장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가 양극화 해서는 경제 발전의 동력이 훼손당하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
 
지금까지 거대 권력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 살아왔다. 권력의 크기가 크다고 해서, 재산의 크기가 크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지만 견제 속에서 민주주의는 성숙한다고 본다. 과거처럼 권력이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시대는 지났다. 권력을 더 분산시키고, 다원화된 권력들이 수평적으로 연대하면서 더 민주적인 삶을 만들어내는데 나름대로 문제 의식을 갖고 역할을 다 해내겠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담=황준호 정치부장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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