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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축구 해외파 '암흑기' 시대…"감독과 궁합 안맞네"

구자철 제외한 이청용·기성용 등 감독 전술과 '엇박자'

2016-05-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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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유럽에서 뛰는 국내 축구선수들의 '암흑기'가 길어지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조차 "여름 이적 시장에서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선수들의 이적을 권할 정도다. 선수들의 기량 문제를 빼놓을 수 없지만 감독과의 궁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다. 이청용은 지난해 12월20일 스토크전에서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고도 잇달아 벤치만 달구자 작심한 듯 이적을 선언했다. 이청용은 최근 국내 매체와 영국 현지 인터뷰에서 앨런 파듀 감독의 선수기용과 경기 도중 선수 교체 수도 잊어버릴 정도의 무책임함을 비판했다. 이를 본 파듀 감독은 다음 경기 교체 명단에서조차 이청용을 빼버렸다. 둘 사이가 회복할 수 없는 관계로 돌아선 가운데 이청용의 이적을 파듀 감독이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힘을 바탕에 둔 축구를 펼치는 파듀 감독과 기술을 앞세운 이청용의 '스타일 차이'가 완전한 결별에 다다른 분위기다.
 
유럽파 중 가장 입지가 탄탄했던 기성용(스완지시티)도 감독이 바뀌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개리 몽크 감독 체제에서 정상급 미드필더로 발돋움했다. 리그 8골을 터뜨리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기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벗어던지고 전진 배치돼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해냈다. 스완지 팬들이 꼽는 최고의 선수에 항상 기성용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 부임 이후 기성용의 팀 내 입지는 추락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귀돌린 감독은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기성용보다 잭 코크, 리온 브린턴 등을 자주 출전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 현지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기성용의 이적설을 제기하고 있다. 귀돌린 감독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여름 이적시장에서 기성용이 팀을 떠날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올 시즌 영국으로 건너간 손흥민(토트넘)도 포체티노 감독과의 궁합에선 의문부호가 달린다. 포체티노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 뒤에 있는 2선 공격수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역습에 바탕을 둔 직선적인 움직임에 특화돼 있다는 평가다. 3일 새벽 첼시전에서 선발 출전해 시즌 7호 골까지 터뜨렸으나 여전히 중요한 경기에서는 중용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날 경기 또한 팀 동료 델리 알리의 출전 정지 징계에 따른 대체자로서의 출전 성격이 짙었다. 유기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포체티노 감독의 주문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손흥민의 다음 시즌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독일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감독과의 엇박자에 시달리고 있다. 박주호(도르트문트)는 마인츠에서 뛰던 당시 팀을 이끌었던 토마스 투헬 감독을 따라 이적했으나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경우다. 아예 지난 1월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투헬 감독은 좌우 풀백들의 스피드를 살리려 하는데 박주호가 이 부분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김진수(호펜하임) 또한 전임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 체제에서는 주전 경쟁에 탄력을 받았으나 지난 2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부임하면서 완전히 벤치로 밀린 분위기다. 지난 1일까지 리그 13경기 연속 벤치에만 머물고 있다. 니겔스만 감독은 호펜하임 19세 이하 팀을 이끌 당시 자신이 지도한 선수들을 경기 내내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보다 감독 의중 파악이 어려운 김진수의 벤치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독일에서 뛰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유일하게 유럽파 중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구자철은 마르쿠스 바인지를 감독이 추구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신임을 얻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부터 측면 공격수까지 구자철은 바인지를 감독의 전술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정규리그 26경기 출전에 시즌 8호 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유럽에 진출할 정도면 국내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인데 그 안에서도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매 시즌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이청용(왼쪽)과 손흥민. 사진/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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