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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구조조정 피했지만…석화업계는 ‘동상이몽’

공급과잉 우려 여전…'팔까 살까' 눈치작전도

2016-05-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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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석유화학 업종이 최근 정부 구조조정 회의에서 자율 구조조정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정부 칼날은 피했지만, 업체들 사이의 입장이 달라 공급과잉 우려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표적인 품목은 TPA(테레프탈산)다. TPA는 PX(파라자일렌)을 원료로 생산하는 순백색 분말 형태의 제품으로, 폴리에스테르 섬유·페트병·필름·도료 등의 주 원료로 사용된다. 석유화학업계는 저유가에 따른 판매 증대와 마진 확대로 지난해부터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TPA 등 일부 품목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만성 적자에 시름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5개 기업이 실질적 생산용량 555만톤 가운데 올해 4월 기준 95만톤을 감축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향후 70~115만톤 추가 감축 계획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밝혔다. 하지만 감산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는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일 “(지난주 금융위원회 회의는) 현재 업계의 상황을 정리하고 각 경쟁업체들의 감축 계획을 서로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계획대로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는 ‘적자 사업’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경쟁 기업을 인수해 규모를 키우게 되면 시장 지배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고정비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급상황이 개선될 경우 언제든 다시 ‘흑자 사업’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도 강하다.  
 
특히 생산 규모가 큰 업체들은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물량이 가장 많은 한화종합화학(200톤)은 지난해 TPA 부문에서 3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다만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한화토탈의 영업이익이 반영되며 지난해 영업이익 2236억원을 기록, TPA의 손해를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180만톤으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삼남석유화학도 지난해 314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년(765억원 영업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줄고 최근 TPA 마진이 개선됐지만, 4년 연속 적자다.
 
태광산업(003240)은 100만톤으로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태광산업 고위 관계자는 “각 업체의 상황이 달라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며 “일률적으로 줄일 수는 없고 산업 전체적으로 경쟁력이나 여건을 봐서 필요하다면 M&A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지난해 110만톤 가운데 50만톤을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설비로 전환한 뒤 현재 60만톤을 생산 중이며, 이를 100% 자가소비하고 있다. TPA 부문을 매각할 경우 외부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도 않다. 효성 역시 물량의 절반 이상을 자가소비하고 있어 ‘구조조정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라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 갈 위치는 아니다. 앞서 SK유화는 지난 2014년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TPA 사업을 사실상 철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TPA를 팔지, 살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라며 “오너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이 시행되는 오는 8월 이후를 주시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가 개입할 단계는 아닌 것 같고 기업들이 각자도생하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좀 더 지난 이후에 인수합병(M&A) 등 딜(deal)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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