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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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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추간판의 퇴행성 변화

(의학전문기자단)최석민 자인메디병원 척추센터장

2016-04-01 11:25

조회수 : 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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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간판(intervertebral disc)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원반 형태의 구조물로 척추에 전달되는 하중을 분산시키며, 척추의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는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추간판성 요통 (Discogenic back pain)의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추간판 퇴행이 진행되면 척추 후관절에 전달되는 하중이 증가되어 후관절성 요통(Facet pain)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는 요통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오늘은 정상 척추에서 중요한 기능을 할 뿐 아니라 다양한 척추질환의 원인을 제공하는 추간판의 구조 및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에 대해 알아본다.
추간판은 상하 척추체(Vertebral body) 사이에 위치한 반가동성 관절이며 연골종판(Cartilage end plate), 수핵(Nucleus pulposus), 그리고 섬유륜(Annulus fibrosus)으로 구성된다. 연골종판은 척추체와 추간판의 경계를 이루며 유아기에는 성장판 역할을 담당한다. 성인의 추간판에는 혈관이 거의 없는데, 연골종판을 통한 확산이 추간판에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중요 기전이다. 수핵은 상하 연골종판 사이의 겔(Gel) 같은 조직이며, 제2형 교형질(Type 2 Collagen)의 그물망에 단백다당(Proteoglycan)과 물이 채워진 형태다. 단백다당은 강력한 삼투압을 형성하여 주위에서 물 분자를 끌어오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생성된 수핵내의 압력은 추간판이 체중과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지탱하고 분산시킬 수 있게 해 준다. 섬유륜은 주로 제1형 교원질(Type 1 Collagen)로 구성된 층판구조이며, 추간판에 가해졌던 압력이 제거되면 섬유륜의 탄성으로 인해 추간판은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간다. 수핵 내에는 비록 수는 적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골 유사세포(Chondrocyte-like cell)들이 있는데 단백다당과 교원질 생산을 담당한다. 정상 추간판에서 신경은 섬유륜의 바깥 1~2mm까지만 분포한다.
인간의 추간판은 출생과 동시에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추간판의 혈관이 감소하여 추간판의 영양공급이 저하되고 노폐물 배출도 어려워지면서 연골 유사세포의 생존이 힘들어지고 제 기능을 못함에 따라 단백다당 생성이 저하되며 이로 인해 수핵의 수분함량이 감소한다. 수핵 내 수분의 감소는 추간판의 완충 기능을 저하시킨다. 퇴행이 진행될수록 제2형 교원질은 감소하고 제1형 교원질이 증가한다. 이는 섬유륜이 압력에 견디는 능력을 저하시키고 파열되기 쉽게 변한다. 수핵 내 압력증가를 섬유륜이 견디지 못해 파열되면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한다. 인접 척추체에 골극이 생성되며 추간판 높이가 낮아져서 추간공 넓이가 줄어든다. 정상에서는 섬유륜의 바깥 부위에만 분포하던 신경과 혈관은 퇴행이 진행된 추간판에서는 중심부까지 분포하게 된다. 수핵의 부피 감소로 인한 완충능력 저하, 비정상적인 신경분포 등은 소위 추간판성 요통을 일으킨다. 추체간 간격 감소와 골극형성 등을 척추관 협착증을 유발한다. 척추의 앞쪽에 위치한 큰 관절의 일종인 추간판의 퇴행이 진행되면 후관절에 과부하를 초래하여 후관절 통증을 초래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처럼 다양한 척추질환의 원인이 되는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는 왜 생기는 것일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노화, 유전적 소인, 영양, 자가면역, 물리-역학적 요인(외상) 등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어느 한 가지 요인에 의한 발생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퇴행성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추간판의 혈관이 감소하여 추간판 영양공급, 물질합성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 추간판의 퇴행은 나이와 비례하여 증가하게 되는데, 같은 나이라도 퇴행의 정도가 다르고, 퇴행성 변화의 시작은 출생 직후부터지만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성인이 된 이후라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추간판 퇴행에는 ‘노화’ 외에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몇몇 일란성 쌍생아 연구 결과를 근거로 유전적 요인이 추간판 퇴행에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출생 직후부터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오랜 기간 동안 전혀 다른 직업(한 명은 사무직, 한 명은 육체노동)에 종사한 쌍둥이의 추간판 퇴행 정도가 거의 동일하다면 다른 어떤 요인보다 유전적 소인이 추간판 퇴행에 중요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쌍둥이에서 이와 같은 소견이 관찰되지는 않으며, 형제, 자매간에도 전혀 다른 정도의 추간판 퇴행이 관찰되기도 한다. Aggrecan, MMP-3, Collagen type IX, Vitamin D receptor와 관련된 유전자가 추간판 퇴행과 관련이 있다고 확인되었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을 들거나 장시간 운전을 하는 등 특정 물리-역학적 요인도 추간판 퇴행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일한 작업 환경에서 동일한 기간 동안 일한 근로자중 일부에서만 추간판 퇴행으로 인한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하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추간판 퇴행에는 물리-역학적 요인 말고 다른 것도 관여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외상으로 인해 연골종판이 손상되는 경우 추간판 영양공급을 저하시켜 추간판 퇴행을 촉진할 수 있다.
◇척추 사이 원반의 구조(단면도)
요약하면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는 노화에 따라서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비가역적인 신체변화이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 퇴행성 변화의 진행속도가 달라진다.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 정도는 환자의 증상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MRI 상 퇴행성 변화가 심하더라도 무증상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교통사고, 작업장 사고의 보상과 관련하여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대부분의 환자의 경우 자신의 증상이 처음 발생한 시점을 질병의 발병 시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어떤 외상 직후 증상이 발생하면 외상으로 인해 질병이 생겼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던 추간판에 외상 단독 원인으로 인해 추간판 탈출증 등 심한 임상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는 퇴행성 변화가 상당히 진행된 추간판에 외상으로 인한 충격으로 돌출 정도가 심해지거나 섬유륜이 손상되면서 증상이 악화된다. 이런 경우 외상이 증상 발생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환자의 나이, MRI상 추간판 퇴행의 정도, 사고의 중증도 등을 고려하여 ‘기여도’라는 것을 판정한 뒤 보상 시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사고 이전에는 전혀 증상이 없던 환자도 종종 있으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왜 자신의 질병이 100% 사고로 인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는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 불만을 갖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따라서 이처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는 초기 단계부터 추간판 퇴행이 어떻게 발생하고, 왜 일부만 사고와 연관된다고 볼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 최석민 자인메디병원 척추센터장 
 
- 중앙대학교 부속병원 전임의
- 중앙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신경손상)
- 광명성애병원 과장
- 명지성모병원 진료부장
- 명지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 신경외과 학회 서울-경인지회 운영위원
-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문위원
- 대한 뇌졸중 학회 정회원
- 대한 치매학회 정회원
- 대한 뇌혈관외과 학회 정회원
- 세계 뇌졸중 학회(WSO) 정회원
- 미국 뇌졸중 학회 (ASA)정회원
- 유럽 뇌졸중 학회 (ESO) 정회원
  • 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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