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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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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19대 국회, 갈등만 증폭시켜…대통령 리더십 문제도 짚어야"

(19대국회 인식조사)서울대 행정대학원-국회 입법조사처 특별대담

2016-03-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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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가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피츠버그대와 지난 1월과 2월, 두 달에 걸쳐 공동 주관한 '19대국회 인식조사'는 19대 국회가 정쟁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과 정치 현안 및 행위자들을 바라보는 여야 의원들 간의 인식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소신과 당론, 당과 청와대 사이에 끼여 갈팡질팡하는 여당 의원 모습과 의석수의 한계와 변화된 정치지형에 절감하는 야당 의원들 모습도 꾸미없이 드러났다. 지난 7일 이번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19대 국회를 평가하고 다가올 20대 국회를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담에 참여한 임성호 국회입법조사처장과 임채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19대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으로 '폭력 국회'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한계도 많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회가 갈등 격화…쟁점일수록 소통 어려워"
 
임채원=19대 국회가 마감하는 시점에서 <뉴스토마토>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피츠버그대가 특별기획팀을 조직, 지난 1월부터 2월 말까지 국회의원 293명을 대상으로 정치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165명이 응답했다. 정치학자로서 지난 2년간 입법조사처를 담당한 처장님과 설문조사 결과를 가지고 19대 국회에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 구성될 20대 국회의 과제 등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임성호=우선 국회의원 165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물론, 의회연구 역사가 오래된 해외에서도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임채원=이번 조사결과부터 살펴보자. 먼저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다. 공중파TV, 일간지, 라디오, 종합편성채널 중 가장 공정한 미디어로 라디오를 꼽았다.
 
임성호=매체의 속성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TV는 리모컨을 한 손에 쥐고 재미없다 싶으면 얼른 채널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종편이나 공중파TV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흥미 위주로 간다. 사안을 과장하고 단순화하며 중립 보도를 하기보다 편향된 이야기를 해 사람들을 모은다. 반면 라디오는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채널을 바꾸지 않는다. 때로는 좀 듣기 싫은 이야기가 나와도 참고 듣는 경향이 있다. 청취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중립적이고 심층보도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임채원=국회의원 자질에 있어 여당은 경쟁력, 야당은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축소에 대해 여당은 약한 반대, 야당은 강력한 반대를 표시했다. 그리고 여당은 언론과 대기업, 야당은 노조와 중소기업,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받는다고 인식했다.
 
임성호=전반적으로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실증적으로 보여졌다. 여야 의원들이 경쟁력과 도덕성 중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여당 의원들은 아무래도 보수 진영이고, 효율성을 강조한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효율성보다는 다양성과 민주성을 강조하는 과정 중심적인 생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도덕성을 중시한다.
 
임채원=법안 표결 동기를 보면 여당은 당론을 따르는 경향이 있고, 야당은 소신에 따라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많다.
 
임성호=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여당 의원들은 일단 행정부하고 입장을 맞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본적으로 당론에 충실하다. 비박 또는 친박처럼 계파는 있지만 여당 의원들로서는 똘똘 뭉쳐야 여당과 행정부가 산다고 생각한다. 반면 야당은 반대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무조건 반대를 할 수는 없고 사안에 따라 골라가면서 반대를 해야 한다. 그래서 비교적 소신을 지키는 비율이 높다. 따라서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법안 표결 동기가 나뉜다고 본다. 
 
임채원=법안을 표결할 때 여당은 야당과도 소통을 많이 하는데, 야당은 그렇지 않다는 결과도 나왔다.
 
임성호=저는 그 결과를 보면서 좀 공허했다.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위해 자기 당이든 다른 당이든 의원들과 소통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 비쟁점 법안은 소통할 가능성이 있지만 테러방지법 같은 경우 과연 다른 당 의원들과 진정한 소통을 할 지 의문스럽다. 심지어 자기 당 의원들과도 제대로 소통을 했을까 싶다.
 
임채원=특정 법안이 쟁점화되면 의회 안에서 서로 토론하고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 의회정치의 기본이다. 의회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갈등이 중화돼야 하는데, 한국 정치에서 여전히 의회가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킨다. 
 
임성호=그렇다. 우리나라는 의원들의 정당 집단주의가 심하다. 이번 테러방지법을 보면 당 대 당이 부딪친다. 이렇게 당끼리 세게 부딪칠 때 당 내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당 지도부에 문제를 제기하면 당장 공천에서 보복을 받게 된다. 쟁점일수록 소통이 안 된다.
 
각 당이 낸 법안을 보면 내용상 큰 차이가 없는데 정당 이익이 개입되면서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경향도 있다. 테러방지법도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하게 여야 입장차가 커질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대의는 거의 다 합의되고 일부에서만 차이가 있었는데 결국 세게 부딪쳤다. 정치적 양극화라는 게 이런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대부분 중도적 위치에 있는데 국회에 와서 양극화가 증폭돼 버린다.
 
이번 조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의원 본인과 지역구 유권자의 이념적 성향 결과다. 진보적 지역구에 있는 의원은 중앙 무대로 가서 우리 지역구는 좀 더 진보적이지만 나는 좀 더 중도로 가고, 보수적인 지역구에 있는 지역구 역시 중도로 가야 정치 합의가 된다. 하지만 지금 정치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정치적인 양극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데이터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7일 임채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임성호 국회입법조사처장과 '19대 국회 인식조사'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임채원 선임연구원, 임성호 입법조사처장,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 사진/뉴스토마토
 
"정치갈등 해소는 대통령 리더십 문제"
 
임채원=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택하다 보니 의원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입장 차이가 많다. 테러방지법이라든지 노동개혁 법안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행정부와 의회의 갈등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의 대통령에 대한 인식도 흥미롭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대통령은 자기보다 보수적이라 응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거의 극보수로 바라봤다.
 
임성호=우선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선거 때와 지금 많이 달라졌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굉장히 중도로 갔다. 진보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어젠다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경제민주화가 대표적이다. 전체적으로 성향이 중도로 갔지만, 당선 이후에 이동했다. 지금은 모두들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졌다, 조금 더 강경해졌다고 많이 생각한다.
 
임채원=그럼 대통령이 정치의 갈등을 중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테러방지법 등으로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볼 수 있을까.
 
임성호=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당초 공약에 내세웠던 것처럼 진보나 중도 쪽으로 많이 오고 여당도 그런 걸 격려했다면 지금 정치권이 이처럼 격렬하게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19대 국회는 폭력사태 전무…한계 분명하지만 역대 최악은 아냐"
 
임채원=19대 국회의 입법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임성호=19대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으로 대표되고, 그래서 폭력 사태가 없어졌다는 건 그 자체로 진일보했다고 본다.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최고조로 심해진 때를 보면 의원들 간에 폭력 사태가 벌어지거나 날치기를 하거나 이럴 때다. 이번에는 적어도 그런 비정상적인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는 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여야 쟁점이 잘 풀리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 비판이 있다.
 
임채원=필리버스터는 어떤가. 한국 정치의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됐다.
 
임성호=전적으로 동감한다. 과거에 물리력을 동원하던 에너지가 이번에는 오랫동안 서서 본인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쪽으로 활용됐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도 상당한 정치적 이득을 봤다. 지지세력도 결집됐다.
 
임채원=19대 국회를 총괄해서 평가한다면.
 
임성호=많은 사람들이 이번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18대 국회, 17대 국회도 그런 말을 들었다. 그래서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건 과장 어법이 아닌가 싶고, 나름 긍정적인 게 많았다.
 
임채원=전 조금 다르게 본다. 20124월에 총선이 있었고 12월에 대선이 있었다. 당시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 등 이런 새로운 의제가 부상했다. 그런 새로운 의제에 대해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어젠다를 제도화시켰냐고 묻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임성호=19대 국회를 저도 전적으로 옹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최악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국회만 홀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 19대 국회를 가장 못했다고 평가한다면, 여당과 야당, 대통령과 행정부도 같이 반성을 해야 할 일이다.
 
한 나라의 거버넌스라는 건 국회 따로 대통령 따로가 아니다. 국회가 좀 더 잘했으면 대통령이 더 잘했을 수 있고, 누가 앞이고 뒤라고 할 것 없이 같이 맞물려 있다. 19대 국회만 평가하기보다 우리나라 정치권 전체, 정부도 같이 포함해서 같이 봐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어젠다가 발굴 못 됐다는 것은 동의하는데, 그게 국회만의 잘못인지는 잘 모르겠다.
 
"상향식 공천 어긋난 20대 국회, 역할과 기능 고민해야" 
 
임채원=20대 국회가 곧 열리는데, 20대 국회 전망이나 과제를 미리 짚어본다면.
 
임성호=정책이 아니라 정치 차원에서 보면, 오픈 프라이머리와 같은 상향식 공천 제도가 이번에 제대로 가동이 됐다면 20대 국회에 대해 낙관적으로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전략공천, 우선추천제 등 탑다운 식으로 많이 됐다. 그래서 20대 국회도 19대처럼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의원들은 다들 당 수뇌부의 신세를 지고 국회의원이 된다. 그러면 당론을 기계적으로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당 대 당 집단주의로부터 못 벗어나고, 별 차이도 없는데 정치적 이유 때문에 사생결단식 대결로 갈 수도 있다.
 
거기다가 20대 국회는 대선도 있다. 2017년이 되면 얼마나 정치적인 기싸움을 많이 하겠나. 그래서 20대 국회가 좋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20대 국회 초반에는 어떻게 하면 과도한 집단주의로부터 벗어나서 국회가 대의를 기반으로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임채원=정책적으로는 예방적 거버넌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10년마다 글로벌 위기가 반복된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선제적으로 준비하지 못했다. 20대 국회도 여러 문제가 많겠지만, 국가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처럼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예방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임성호=전적으로 찬성한다.
 
임채원=마지막으로 이번 설문에서 의원들이 가장 정보를 얻고 자문을 구할 때 가장 많이 찾는 기관으로 입법조사처가 선정됐다. 행정부에서는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연구기능 확대를 견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로 두 기관이 존재해야 할 정당성이 확인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임성호=입법조사처가 의회 싱크탱크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간다는 결과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국회에서 입법조사처에 원하는 연구물이 말하면 그 의견을 듣고 우리 조사관들이 기존에 구축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구하고 재가공해 연구물을 만든다. 말씀하신 것처럼 미래를 예측하며 선제적으로 의제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리=최병호 기자 cho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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