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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EPL과 중국 슈퍼리그, '밖에선 어렵네'

막대한 돈 퍼붓고도 챔피언스리그서 '고전'

2016-02-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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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돈 씀씀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중국 슈퍼리그가 막상 대륙별 대항전에서의 성적은 압도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막대한 투자를 앞세워 각각 유럽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서고 있지만 호성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에 따르면 EPL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약 1억1600만유로(약 1530억원)를 썼다. 심지어 중국 슈퍼리그는 이보다 2000만유로 많은 약 1억3625만유로(약 1797억원)의 이적료를 풀어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다. 하지만 EPL과 슈퍼리그 팀들 모두 한창 진행 중인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적은 주춤하고 있다.
 
EPL 3팀, 올해는 16강 문턱 넘나
 
지난 22~24일(한국시간)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1차전에서 EPL 소속의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는 1승2패에 그쳤다. 맨체스터 시티만 약체로 분류되는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를 3-1로 꺾으며 체면치레를 했다.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가 2승1무의 성적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EPL 팀들은 지난해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도 모든 팀이 탈락했다. 2013-2014 시즌에도 첼시가 홀로 4강까지 올랐으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1~2차전 합계 1-3으로 패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2012-2013 시즌에도 EPL 팀들은 16강에서 모조리 탈락했으며 2011-2012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최종 결과를 보더라도 2011-2012 시즌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EPL 팀들은 조용하다. 바이에른 뮌헨(독일),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가 연이어 우승하는 동안 EPL 팀들의 이름은 볼 수 없었다. 최근과 가장 가까운 우승 기록이 2007-2008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승이다. 축구계에선 투자 금액을 들먹이며 EPL 팀들의 '외부 경쟁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EPL의 살인적인 리그 일정을 문제 삼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빡빡한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박싱데이'와 두 개의 컵대회(FA컵·리그컵)를 치러야 하는 EPL 팀들의 과도한 일정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 분데스리가 팀들을 이끌다 EPL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롭 감독은 "이곳은 축구, 축구, 또 축구"라며 경기 일정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특히 EPL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성적 부진으로 UEFA 리그 순위 3위까지 내려앉았다. 4위부터는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2.5장으로 줄기 때문에 현재의 3.5장 티켓을 유지하려면 EPL 팀들의 이번 대회 성적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야야 투레(가운데)가 25일 새벽(한국시간) 키예프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와 경기에서 후반 44분 3-1 승리를 확정 짓는 득점 이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UEFA 홈페이지
 
슈퍼리그, 여전히 내실엔 의문부호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 선언 이후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는 중국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축구계는 최근 4년 가까이 대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더니 이제는 세계 축구계에서도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리그로 자리 잡았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중국 무대로 건너간 선수만 보더라도 잭슨 마르티네스(광저우 헝다), 제르비뉴, 에세키엘 라베치(허베이), 하미레스, 알렉세 테세이라, 조 알베스(장쑤 쑤닝), 프레드 구아린(상하이 선화) 등 유럽에서 한창 뛰어도 될 선수들 이름이 즐비하다. 슈퍼리그는 이들을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으로 사로잡았다.
 
실제 광저우 헝다가 지난 3년 사이 2번이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달라진 슈퍼리그의 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최근 중국 축구대표팀의 부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여전히 투자 자체가 과연 중국 축구 전체의 수준을 높이고 있느냐에 대해 의문부호가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3~25일 열린 2015-2016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의 결과마저 주춤하고 있다. 산둥 루넝 외에는 슈퍼리그 4팀 모두 1승2무1패에 그쳤다. 특히 포항 스틸러스와 비긴 광저우 헝다와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히는 빈즈엉(베트남)과 무승부에 머문장쑤 쑤닝의 결과가 가장 의외다. 지난 대회 조별리그 1차전부터 4승을 거둔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국 축구에 정통한 한 에이전트는 "끊임없는 투자가 언젠가는 중국 축구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시각이 최고조였던 시기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어느 선에선 자국 선수들을 중심에 두는 운영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슈퍼리그는 외국인 선수 4명과 아시아 선수 1명을 뽑을 수 있는 4+1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AFC 챔피언스리그와 아시아 대다수 국가는 3+1 제도를 적용 중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24일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광저우 헝다와 포항스틸러스의 경기에서 포항의 배슬기(가운데 왼쪽)가 상대 선수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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