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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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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시론)2020년, 한 가족 월수입 500만원 경제

2016-02-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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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표공약들도 윤곽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200만개, 정의당은 2020년까지 평균월급 300만원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뚜렷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제시하는 공정성장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경제공약은 이념적으로 당의 정체성에 부합한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중심 성장론으로 선회,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각각 50만개, 150만개씩 총 200만개 수준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다분히 기업가 중심의 시각이다. 정의당은 현재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230만원인데, 최저임금을 매년 올려 오는 2020년에는 300만원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노동의 관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두 시각은 뉴노멀 시대에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한국 사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다한 부채, 세계화의 효과 감소,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중간층 일자리의 급감, 그리고 고령화로 저성장과 저소득의 시대로 진입했다.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시각은 전통적인 산업과 노동의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어 저성장 시대의 변화를 담는 데는 무리가 있다.
 
뉴노멀 시대의 산업과 가족의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에 기초한 이번 총선의 킬러 콘텐츠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이는 ‘2020년까지 한 가족의 월수입을 500만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1만원 수준이며, 가구당 월평균 소비는 340만원이다.
 
먼저 산업과 가족 구조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3년부터 EU에서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고 있는 사회투자형 복지국가(social investment welfare state)에서는 양성소득자모델(dual earner model)을 넘어서 보편적 소득자-부양자 모델(universal earner carer model)로 진화하고 있다. 남성가장모델(male breadwinner model)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복지국가와는 확연한 차이다. 베버리지 보고서가 발표되고 전후 복지국가가 도입되었던 1940년대의 전형적인 모습은 4인 기준의 핵가족 사회였다. 이 시대의 복지국가는 남성가장이 철강·자동차·조선 등 대규모 작업장에서 일하고, 주부는 집에서 2명의 자녀를 돌보는 사회를 기초로 설계됐다. 한국은 복지국가의 초기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전통적 가족은 해체되고 다양화되었으며 무엇보다 무급 가사노동을 하던 주부가 일터로 나왔다. 여성들은 일자리 조건이 팍팍함을 절감한다. 특히 육아 때문에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은 대형마트의 캐시어, 보험설계사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직면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사회는 저출산고령화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스웨덴은 다른 길을 걸었다. 1930년대 당시 스웨덴도 ‘인구문제의 위기’를 겪고 저출산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다. 현명했던 이 나라 복지국가 설계사, 미르달(Myrdal) 부부는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가정에 머물러 있던 여성들에게 보육, 교육, 건강 분야에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제공했다. 여성들은 육아와 함께 파트타임 일자리가 가능했고, 보육육아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되자 여성의 노동참여도 급증했다. 대신 사회적 일자리들은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민간기업보다는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사회공론으로 받아들였다.
 
이 지혜가 지금 뉴노멀 시대에 접어든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돌봄과 사회적 일자리를 월수입 200만원과 4대보험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 저성장, 저소득 시대에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적 토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소득주도성장으로 민간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300만원의 수입을, 사회적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은 200만의 수입이 보장되어 ‘한 가족 월수입 500만원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형 사회투자 복지국가의 기본적 가족모델이다. 남성과 여성 중에서 자녀를 돌보면서 사회적 일자리나 파트타임 일자리를 갖는 역할은 각 가정의 형편에 따를 일이다.
 
현재 사회적 일자리는 시간당 급여가 6800원으로 일일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월 170시간을 채울 때, 115만6000원을 받는다. 이를 시간당 급여를 1만2천원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면 월 204만원을 받을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로 바뀐다. 월 200만원 일자리 50만개를 만드는 데는 12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정부가 고용주로서 부담해야 하는 4대보험 비용 등을 포함하면 약 15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계된다.
 
이 재원은 상위소득 10%에게 사회복지세를 부과해 마련할 수 있다. 상위 10%에게 복지세를, 납부세액 10억원 이상 부유층에 법인세를 부과하며, 상속증여세와 종부세 15~30%를 가산하는 경우 15조원의 재원이 만들어진다. 이 재원을 육아와 보육, 노인과 장애인 돌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그리고 관광가이드와 같은 각종 문화 일자리에 투입하여 사회적 일자리 50만개를 만들 수 있다.
 
미국 대선의 샌더스 열풍도 낙수효과가 사라진 경제에서 불평등 완화를 위해 상위소득 10%와 1%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한국 총선에서도 90% 중산층을 위해 상위 10%에 과세하여 불평등을 완화하는 전향적인 조세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 재원은 2020년, ‘한 가족 월수입 500만원 시대’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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