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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혜

[대.동.맛지도] 순하게 넉넉하게, 이대 맛집 ‘산타비’ - ①

2016-02-03 18:41

조회수 : 9,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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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운 떡볶이를 좋아했다. 매콤한 양념에 절인 떡을 씹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딱히 매운 음식을 잘 먹진 않았으나 떡볶이만은 그랬다. 대학교 1학년 땐 동아리 친구들과 ‘OOO 엽기 떡볶이’도 즐겨 먹었다. 엽기적으로 맵다는 그 떡볶이도 가장 높은 등급만 시켰다. 먹을 때 말수가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말이다. 동창과 ‘산타비’ 떡볶이를 맛보기 전까진, 이 음식은 응당 매워야 했다. 
 
“야 이대 앞 맛집, 맛집 데려가 줘!”
 
3년 전, 2학년 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화여대를 다니던 고등학교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새내기 친구와 졸업 이후의 첫 만남! 그런데 웬걸. 어떻게 변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설레던 기분은 금방 가셨다. 맛집, 우린 일단 맛집이었다. 반갑다며 이모티콘을 날리던 우리가 금세 음식점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친구는 세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여기는 스파게티 맛있는 곳이고, (사진1) (사진2) … 여기는 튀김집, (네이버) (후기) ……. 아! 됐다, 거기 가자! 떡볶이집인데 떡 맛도 다양하고 볶음밥이 진짜 꿀맛 ㅋ.”
  
그렇게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가게 된 곳이 바로 이대 앞 떡볶이집, ‘산타비’다. 이대 주변, 옷가게 많은 동네에 산타비는 숨어있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원 없이 떡볶이와 볶음밥을 먹었다. 고구마 무스가 들어있는 쫄깃한 떡, 함께 들어있던 고기와 추가한 라면 사리까지. 흡족해하던 친구는 손수 불조절도 하고 볶음밥도 비벼 주었다. 기분 좋게 배부르던 그 날 이후, (이대에 진학한) 고등학교 후배를 만날 때도, 친구들과 근방에서 놀 때도, 나는 모두를 산타비로 이끌었더란다.
  
산타비 떡볶이 입구. 점심시간이면 가게 앞에 이대생이 줄을 선다. 사진/바람아시아
 
이 떡볶이는 전혀 맵지 않다. 오히려 달착지근하다. 때문에 매운 떡볶이에 익숙하던 난 적잖이 당황했다. 맵지 않아 맛없어서가 아니라, 맵지 않은데도 맛있어서. 떡과 어묵, 양념이 전부이던 기존의 떡볶이와는 메뉴 구성이 달라서일까? 산타비 대표 메뉴 ‘산타비 산타 불떡’에는 나물과 파, 불고기, 그리고 떡이 들어간다. 취향에 따라 계란과 라면, 소시지 등을 추가해 먹을 수 있다. 센 불로 조금 익히다 보면, 치즈 혹은 고구마가 들어있는 떡이 쫄깃하게 익고 불고기와 야채는 매콤달콤한 양념에 함께 뒤섞인다. 그때가 되면, 냠냠 즐기면 된다.
 
조리 전의 산타비 산타 불떡. 사진/바람아시아
 
 
조리 후의 산타 불떡. 사진/바람아시아
 
“언니, 괜찮아요?”
“…. 너는 괜찮아?”
“…”
“밥이나 먹자!! 인영아!”
 
맛있는 이 두루치기(산타비 메뉴판엔 산타 불떡이 떡볶이가 아니라 두루치기라고 쓰여 있다.)를 먹으며, 나는 함께 했던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시작 즈음 서로의 삶이 힘들다고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지만, 산타 불떡을 다 먹어가던 시점 우리 둘 모두의 얼굴엔 흡족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 공감할 여지가 많았던 데다 산타 불떡이 따뜻하게 배를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대화와 자극적이지 않은 맛. 이 점이 포인트다. 
 
“예에~!” 맛있게 잘 먹는다며 주신 서비스, 사이다. 사진/바람아시아
 
후배는 배가 부른지 수저를 뜨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러나 즐길 음식은 더 남았다. 바로 산타비의 두 번째 필살기 ‘마약 볶음밥’. 이 볶음밥에는 참치와 옥수수, 김과 양념이 들어간다. 재료만 들어서는 별맛이 없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직접 맛보면 다르다. 산타비의 달달한 과일 양념이 밥과 참 잘 어울린다. 중간에 톡톡 씹히는 옥수수가 감칠맛을 더하기도 한다. 과연 ‘마약’ 볶음밥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산타비 마약 볶음밥. 사진/바람아시아
 
한입 하기 직전~! 마약 볶음밥에 산타비 절임 무를 곁들였다. 사진/바람아시아
 
푸짐한 한 끼를 즐기고, 돈을 내야 하는 시간. 우리가 먹은 건 산타불떡 2인분에 고구마 · 치즈 떡, 계란 2개와 마약 볶음밥 1인분이었다. 양도 푸짐했다. 과연 총 가격은? ‘15,000원.’ 산타비는 넉넉지 않은 대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아는 듯했다.
 
산타비 메뉴판. 가격이 저렴하다. 정말 ‘산타가 꿀을 따서’ 주는 가게가 아닐까! - 가게 이름 ‘산타비(Bee)’는 실제로 ‘산타가 꿀을 따서 드린다’는 의미다. 사진/바람아시아
 
리뷰를 쓰기 위해 산타비를 방문하던 날, 후배와 나는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각자 짊어지고 있던 짐이 있었다. 대학생이 무슨 큰 짐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 없지만, 시험 기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일과에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 표정도 그리 훤하지 않았다. 
 
불고기 ☆ 떡볶이, 이대 맛집 산타비. 사진/바람아시아
 
그래서일까, 이번 맛집으로 산타비를 방문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년 전의 내가 이 떡볶이에 눈을 뜬 이유는, 화학조미료와 매운 양념에서 느끼지 못한 충족감을 이곳의 순한 맛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푸짐히 먹은 한 끼만큼 섭취한 양념도 많았을 터인데 배가 아픈 법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힘이 났다. 그 맛 덕에 힘이 났다. 달콤하면서 순한, 고루고루 배를 채워주는 그 맛! 냄비를 모두 비운 우리는 가게를 나와 또 열심히 무언가를 하러 갔다. 산타비 떡볶이는, 그런 맛이다.
 
 
정연지 / 바람저널리스트 baram.asia T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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