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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보훈처 '향군비리 방지대책' 발표 날, 보훈처장 아들 취업청탁 의혹

2016-01-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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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향군) 회장이 비리에 연루될 경우 관리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가 직무정지나 해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회장이 이권에 개입할 수 없도록 향군 운영과 산하 수익단체 경영을 완전 분리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보훈처는 26일 오전 국방부에서 “재향군인회의 개혁과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향군 개혁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28일 발족할 예정”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비대위는 위원장인 최완근 보훈처 차장과 10명의 위원, 5명 내외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과 자문위원은 법률·회계·경영 및 향군 내·외부 전문가들로 선임될 예정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향군의 현 시스템 자체가 모든 것이 회장 1인에 집중돼 있어 향군 자체적으로 개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훈처 주도의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장 전횡 방지 ▲수익사업과 향군 운영 완전분리 ▲수익사업만 전담하는 별도기구 마련 ▲돈 안드는 선거제도 개선 등을 비대위 개혁 목표로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향군의 모든 부조리의 출발점은 이권에 있었다”며 “향군은 향토방위 지원과 호국정신 고취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고 재단과 같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 수익사업을 분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역을 마치고 귀향한 군인들의 친목단체인 재향군인회는 매년 국고 지원을 받을 뿐 아니라 중앙고속을 비롯해 산하에 약 10개의 수익단체를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향군 운영은 회장 1인의 영향력에 크게 좌우되고, 외부 관리감독도 미흡해 각종 비리에 연루되곤 했다.
 
실제 전임 조남풍 회장은 작년 4월 회장 선출 과정에서 대의원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뿌린 의혹이 제기됐고, 당선 이후엔 매관매직, 인사전횡, 뇌물수수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조 전 회장은 작년 12월18일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으며, 향군은 지난 13일 긴급임시총회를 열고 조 회장을 해임시킨 바 있다.
 
한편 보훈처는 박승춘 처장 아들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취업청탁 의혹에 대해 “국가유공자 자녀들의 채용 과정을 유심히 봐 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박 처장 아들 개인에 대해선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향군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완근 차장은 중진공 청탁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라있다.
 
최 차장은 “당시 나는 서울지방보훈청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지방보훈청장의 주요한 업무 중 하나가 국가유공자 자녀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역할”이라며 “그래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분들을 만나 잘 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중진공 이사와 만나면서 이번에 국가유공자 자녀들이 여러 명 응시했으니까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그 중에 박 처장 아들도 있다는 이야기는 했다”고 밝혔다.
 
최 차장은 “박 처장의 아들은 국가유공자 자녀로 채용시험 가점 대상”이라며 “적법하게 가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고, 중진공 채용 절차도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훈처 관계자도 “중진공 채용 문제가 터졌을 때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했지만 보훈처에 지적 사항이 온 것은 없었다”며 “당시 13명의 국가유공자 자녀가 중진공에 지원했지만, 그 중 몇 명이 실제 합격했는지는 우리도 모른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최 차장이 “국가유공자들 가운데 박 처장 아들도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바로 특혜 청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겨례>는 최 차장이 2012년 하반기 중진공 채용 과정에서 박 처장 아들의 취업 청탁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당시 서울지방보훈청장이었던 최 차장은 중진공 이사 사무실까지 찾아가 “보훈처장 아들인 ○○○에 대한 합격 동향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서울지방보훈청 취업담당관도 인사담당자 사무실을 방문해 “보훈처장 아들이 원서를 접수했으니, 공식 발표 전에 합격 여부를 알려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신문이 입수한 ‘2012년 하반기 중진공 서류전형과 최종합격자 명단’에도 박 처장 아들의 이름 옆에 각각 ‘박승춘 보훈처장 자(子)’와 ‘보훈처장’이라고 두 차례 적혀 있었다.
 
논란에 휘말린 박승춘 처장은 공개석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찬양 발언을 하고 “보훈처는 이념대결 승리를 위한 업무를 해야한다”고 공언하는 등 현 박근혜 정부와 가장 코드가 맞는 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박 처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이례적으로 유임됐다. 이후 보훈처 정치 개입 의혹, 국회 국정감사 위증논란, 세월호 참사 국민성 비판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 야당과 시민단체의 해임 요구가 줄기차게 나왔지만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 월드피스자유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재향군인회관 앞에서 국가보훈처 자성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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