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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한반도)[전문가 칼럼] 어떤 통일이건 교류·협력은 필수

서독의 동독 흡수통일도 동방정책 초석 놓아 가능

2015-12-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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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도 채 되지 않은 독일 통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독일 통일은 매우 특이하게 펼쳐진 하나의 이벤트였다. 독일의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1960년대 중·후반 이후 통일 직전까지 거의 통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통일이 이뤄진 것이다. 서독이 일방적으로 동독을 흡수하는 방식의 통일이었는데, 바로 얼마 전까지 적이었던 서독에 의한 흡수에 대한 동독인들의 저항은 없었다. 자진해서 흡수된 것이었다.
 
1949년 분단 정부 수립 이후 1963년까지 집권한 아데나워 총리는 동독에 대한 적대정책을 펼쳤다. 동독 체제를 인정하지 않았고, 서독이 전체 독일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면서 동독을 흡수하려는 통일정책을 펼쳤다. 외교적으로 동독과 수교를 하거나 관계를 맺는 국가에 대해 서독은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할슈타인 정책을 구사하며 동독을 국제사화에서 고립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1963년 아데나워의 퇴임 이후 서독인들은 ‘과연 독일의 통일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분단된 독일은 세계 냉전의 전초기지인데 이 냉전이 끝나기 전에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독일의 분단은 제2차 세계대전 전승 4개국에 의한 분할점령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과연 주변 강대국들이 독일 통일을 지지할 것인가?’ 결국 서독인들은 통일에 대한 기대는 세계 냉전이 끝나는 훗날로 일단 미루고, 분단 상황에서 동독을 개방시키면서 동·서독의 평화를 유지하는 분단관리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다.
 
1960년대 후반 브란트 총리의 집권 이후 본격적인 동방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선 동독의 주변부인 동유럽 및 소련과의 관계를 개선한 후 동독에 대한 화해정책을 구사했다. 그 결실로 1970년 두 차례에 걸친 동·서독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1972년에는 기본조약이 체결됐다. 이후 서독에 종속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접촉을 기피하던 동독이 간첩을 더 보내는 등 화해와 협력에 역행하는 모습도 한때 보였으나, 정부의 정책을 신뢰한 서독 국민들의 인내와 지지를 바탕으로 마침내 서독은 동독을 열고 동독 주민들의 의식을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독일 통일의 초석이 되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은 동독 주민들이었다. 1990년 3월 동독 지역의 총선거에서 동독 주민들은 서독에 흡수통일하자는 후보를 당선시킴으로서 서독 체제에 대한 동경심을 표명했다. 1970년대 초반 서독 정부와 국민들의 양보와 인내를 바탕으로 한 대동독 정책을 펼침으로서 동독의 문을 열고, 서독 체제에 대한 동독 주민들의 인식을 개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20년에 걸친 투자가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는 당시 서독이 추진한 대동독 정책과 통일 정책과는 정반대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공공연히 강조하면서도 실제의 대북정책은 적대적이고 강경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더구나 통일은 대박이라고 주장할 때 그 통일이 어떠한 통일인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북정책을 보면 흡수통일 같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상당히 소극적이고 정치적이지만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도 간헐적으로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통일이 어떤 방식의 통일이든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합의통일의 과정에서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한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 독일의 경우를 보면 흡수통일을 하려고 해도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우리 체제를 선택하지 않으면 통일을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은 양보와 인내를 바탕으로 하고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대북정책이 급격하게 전환되면 그만큼 국가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 따라서 대북정책은 다른 외교정책과 마찬가지로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와 지도자가 정말로 ‘통일은 대박’이 되게 하려면 우선로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하루빨리 인식하기를 기원한다. 
 
김계동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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