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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토마토칼럼)애널리스트가 살아야 증권사가 산다

2015-10-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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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의 꽃’으로 불렸던 애널리스트들의 탈 여의도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초 1500명 수준이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5년여 만에 1100여명으로 줄었다. 애널리스트 숫자는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고, 올해 들어서만 39명이 짐을 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종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애널리스트는 오랜 업계의 불황과 계속되는 구조조정 속에서 옛 영화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이미지가 추락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돈을 벌기보다는 비용을 지출하는 부서로 인식되면서 찬밥 신세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사람은 줄어드는데도 할 일은 줄지 않아 업무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리서치센터가 불공정거래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위축됐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시장교란행위 규제로 인해 상장사의 미공개 중요정보를 활용해 주식거래를 할 경우 처벌 대상이 2차정보 수령자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인터넷 메신저와 전화통화는 모두 감시 대상이 됐다. 정확한 정보와 분석능력이 우열을 가르는 애널리스트가 귀 막고 입 닫은 채 일해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본업인 기업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투자의견조차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 증권사들에 막대한 자금을 맡기는 기관투자자들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라서 기관이 투자한 종목은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 오히려 더 많은 기관투자금을 끌어와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기업분석보다 영업지원에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국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의 기업보고서가 매수 투자의견 일색인 점을 개선하겠다면서 증권사별로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나도 매도보고서 비중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애널리스트는 영업지원 성과가 아니라 정확한 보고서를 쓰는 것 만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증권사들이 눈앞의 이익 때문에 리서치센터를 영업지원부서 정도로 치부하고 부실한 보고서 생산을 방치할수록 투자자들의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경륜있는 애널리스트가 시장을 떠나지 않도록 그들의 기를 살려주고 위상을 재정립해주는 것이 결국 증권사가 사는 길이다.
 
정경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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