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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정해욱의 가요별점)'런닝맨' 개리가 그저 '웃기는 남자'인 줄 아셨나요?

2015-09-21 14:08

조회수 : 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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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개리는 최근 SBS '런닝맨'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죠. 어수룩한 말투와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개리 역시 해외에서 주목 받는 인기 예능인이 됐습니다.
 
◇리쌍의 개리가 솔로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사진제공=리쌍컴퍼니)
 
하지만 개리의 본업은 래퍼죠. 지난 1999년 허니패밀리의 '남자 이야기'를 통해 데뷔했고, 2002년부터는 길과 함께 힙합 듀오 리쌍의 멤버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요. 예능인으로서 TV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개리가 오랜만에 본업인 래퍼로 돌아왔습니다. 21일 솔로 정규앨범 '2002'를 발표했는데요. 개리가 솔로 정규앨범을 내놓는 것은 데뷔 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요즘 가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래퍼들 참 많죠. 그리고 차트에서 인기를 얻는 힙합곡들도 많은데요. 하지만 개리와 같은 확실한 자기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래퍼는 많지 않습니다. 개리가 예능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래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인데요. 개리가 이번 앨범을 통해 실력 있는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타이틀곡은 두 곡인데요. 첫 번째 타이틀곡은 '바람이나 좀 쐐'입니다. 신인 보컬 미우(MIWOO)가 피처링에 참여한 곡인데요. 이별에 대한 노래입니다. 하지만 흔하디 흔한 이별 노래는 아닙니다. 개리는 꾸밈 없고 담백하면서도 현실적인 가사로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사랑은 가고 난 그냥 또 혼자 사는 남자. 라면 물 맞추기 선수. 가끔씩은 혼잣말하며 외로운 소파와 함께 살아. 잠이 들기 전엔 TV 드라마 혹은 영화. 네가 없이도 시간은 잘도 흘러가고 너의 연락 없는 전화는 그냥 꺼놔"와 같은 가사인데요. '바람이나 좀 쐐'는 발매 이후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고 있습니다.
 
 
또 다른 타이틀곡은 박재범이 피처링에 참여한 '엉덩이'인데요. 지난해 초 개리는 솔로 미니앨범을 발매했었죠. 당시 침대 위에서의 뜨겁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대한 노래인 '조금 이따 샤워해'로 사랑을 받았는데요. 개리는 이 노래에 직설적인 화법의 가사를 담아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엉덩이' 역시 이와 같은 개리의 표현력이 돋보이는 곡인데요.
 
침대 위의 사랑에 대해 노래한 '엉덩이'의 가사는 노골적이지만, 거부감을 주지는 않습니다. 개리는 여자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너란 여잔 내 뜻대로 안 되는 사랑 유일한 하나. 서로 밀어내봐도 소용없는 육지와 바다. 너무나 닮아 우린 몸과 마음이 다 맞아. 마치 치코와 리타 운명의 시작. 너 땜에 감춰지는 내 날카로운 이빨"이라는 내용입니다.
 
이번 앨범에는 개리의 사랑, 음악,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는데요. 개리가 2002년 리쌍의 1집을 발매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힙합 뮤지션으로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차피 잘 될 놈', '뚝방의 꿈', '쉬파파'(SHIPAPA)와 같은 노래들을 통해서인데요. 개리는 8마디 랩을 하고 30만원 받던 시절부터 8마디 랩을 하고 몇 천 만원을 버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노래합니다.
 
개리는 '어차피 잘 될 놈'에서 "15년 전 내 삶은 늘 피곤했지 어딜 가든 거슬리는 것들이 많았지. 내 차에 가격만큼 날 평가해대는 발렛. 또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 드는 시선들 내가 뭘 입었나 뭘 신었나 꼭 체크하는 것만 같아 온통"이라고 과거를 회상합니다.
 
그리고 가수 존박이 피처링에 참여한 '뚝방의 꿈'에서는 "잘 하지도 못했던 프리스타일 랩하며 비슷한 꿈을 가진 이들과 시작했던 음악. 책 대신 삶의 경험으로 배웠던 문학 속에 그려낸 나만의 문화. 젊은 날의 꿈과 성공을 위한 고난 아주 흔한 주제였지만 내 삶만큼은 더 화려해지길 바랬던 20대 중반. 그 모든 것에 목 말랐던 그 꿈은 다 이뤄냈어"라며 꿈을 이뤄온 과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 '쉬파파'를 통해서는 "얼마 전에 세워놓은 내 목표는 천억. 무조건 번다에 새끼 손가락을 걸어. 어차피 뻥카치는 세상 아님 말어. 난 그냥 쿨 하게 살어. 개 같은 바닥 전부 사재기하더만 몰랐어 나만. 난 촌스러워서 그렇게는 안 살아"라고 자신의 소신에 대해 노래합니다.
 
개리의 음악은 잘 정제된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투박한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고, 거짓이 없습니다. 귀를 사로잡는 감각적인 후크(Hook)는 없지만, 듣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개리는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대신 허세를 부리거나 억지 포장을 하진 않죠. 10년 넘게 래퍼로서 한 우물을 파온 개리가 진짜 힙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네요.
 
< 개리 정규 1집 '2002'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거칠지만 솔직한, 진짜 힙합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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