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낙하산 인사’ 등 민관유착 폐해를 근절하고자 개정된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이 관피아 가능성이 높은 고위급 공무원 보다는 현장·하위직 공무원들에게 다수 적용되고 있어 법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진영 의원은 11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경찰관과 소방관이 탈락하는 비율이 유독 높게 나타나는 등 다른 공무원에 비해 과도하게 취업 제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최근 6개월간 취업심사를 받은 공무원 302명 중 ‘취업제한’ 처분을 받은 공무원 58명의 절반 가량(46.6%)인 27명이 경찰공무원 또는 소방공무원이었다.
취업제한 처분을 받은 경찰·소방 공무원 가운데 17명(63%)은 경위·소방위(7급) 이하였고, 경찰 출신들의 경우 회사나 호텔 경비원, 아파트 보안원 등으로 재취업을 하려다가 ‘취업 제한’ 결정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실, 대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기획재정부, 법무부, 외교부, 한국은행 등 이른바 ‘힘 있는’ 부처 출신 퇴직 공직자들은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등 다양한 직종에 재취업을 신청해 ‘100% 취업가능’ 처분을 받았다.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는 업무관련성,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이 주된 판단 기준이지만 자격증이나 근무경력을 통해 전문성을 입증하면 업무관련성이 일부 있어도 취업을 허용한다. 그렇기에 재직 시 현장 출동이 주요 업무인 경찰, 소방관은 이런 점이 불합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진 의원의 지적이다.
진영 의원은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 척결 취지로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는데 평생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국민안전을 위해 일한 경찰·소방 공무원들이 정작 퇴직 후 취업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인사혁신처의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누리당 진영 의원.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