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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재테크스토리)'호갱'되기 싫다면 '금리인하요구권'부터

신용등급 상승 등 요건될 때 대출금리인하 요구

2015-09-0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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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께서는 금리 인하 요구권 사유에 해당할 경우 거래영업점을 방문하여 금리인하요구권에 근거하여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단, 기존 대출금리 적용시 우대금리로 적용 중이거나 금리인하요구권의 제한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금리인하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씨는 이 같은 안내문 한 통을 받았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이메일이었다. 얼마 전 보이스피싱을 당한 경험이 있어 지우려다가 주거래은행이 틀림없어 자세하게 살펴봤다. 하지만 금리인하요구권이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 씨는 "금리 인하라고 해서 솔깃하긴 했는데 이메일이나 문자서비스에서 비슷한 내용을 많이 봐서 지우려고 했다"며 "한번 정해진 대출 금리는 채무 상환이 끝나는 시점까지 변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규 대출을 받은 후 신용도가 좋아진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금리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2002년 8월부터 시행됐으나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김씨처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일부러 고객에게 이자금을 돌려줄 이유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은행의 호갱(호구+고객의 줄임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권은 보통 최초 대출 후 3개월이 지난 후부터 신청할 수 있다. 대출을 받은 고객의 신용등급이 상승하거나 우수고객으로 선정됐을 때 금리인하요구권을 청구한다. 또  취직과 승진, 소득증가, 부채감소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보여주면 해당 은행에서는 검토한 뒤 보통 5영업일 내 통보해준다. 은행별로 농협은 영업점 영업장 안내 데스크와 인터넷 홈페이지, 만기도래안내장(DM), 대출거래장에 게재해 고객에게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으며 부산은행도 홈페이지와 이메일, 안내문으로 알리고 있다. 우리은행도 전문자격증 취득을 포함해 직장변동, 현재의 연 소득이 2배 이상 증가한 경우, 자산이 증가하거나 부채 감소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5일 이내 통보해준다고 밝혔다.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 금리인하요구권을 청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신청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통상 연 2회 이내로 한다"며 "같은 사유로는 6개월 이내에 재신청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딧뱅크 관계자는  "미리 서류를 준비하지 않고 신청할 경우 현재로써는 이후 3개월 이내에 재신청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낭패 보지 않도록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담보물을 대상으로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인하요구권에서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기업도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은 회사채 등급이 상승하거나 재무상태가 개선되거나 특허권을 취득했을 때 금리인하 요구를 할 수 있다. 이때도 관련된 서류와 함께 금리인하요구권을 청구하면 된다.
 
개인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청구할 때에는 상담 및 신용평가 수수료 등 심사비용이 5000원 필요한데 고객이 부담해야한다. 단, 심사비용은 대출금리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졌을 때만 내면 된다. 만약 신용평가를 다시 했다가 신용상태가 더 나빠진 것으로 나왔을 경우 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으므로 염려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금리 1%가 큰 차이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기간까지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며 6개월마다 신용등급 관리를 하면서 금리인하 요구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신용등급 개선과 우수고객 선정 등을 이유로 0.5% 포인트 금리를 인하에 성공한 김씨는 지점을 몇 번 찾아간 끝에 돈을 아꼈다고 기뻐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직원이 어렵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지만 여러 번 찾아가 설득하고 또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겠다며 강하게 얘기하자 인하해줬다"고 말했다. 한 푼이라도 이자를 아끼려면 은행에 끊임없이 요구하는 끈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결혼자금 목적으로 대출을 받은 박씨도 카드, 급여이체, 펀드 등 모든 거래를 집중하면서 우수고객으로 선정됐다. 이후 영업점에 금리인하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한 결과 0.7%포인트 낮출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에 대출금리는 연4.3%에서 연3.6%로 변경됐으며 대출금 4000만원에 대한 연간 이자 28만원을 절약하게 됐다고 한다. 만일 대출기간이 5년이라면 총 100만원이상은 절약하는 셈이다.
 
금리인하를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단, 금리인하 대신 다른 은행으로 대출상품을 변경할 때는 반드시 부대비용을 따져보고 비교해본 뒤 옮겨야 한다는 조언이다. 통상 대출을 조기 상환하거나 대출기간 만료 3개월 전에 다른 대출로 갈아탈 경우 연 0.5%~2%의 조기상환 수수료를 내야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씨가 2억원이라면 400만원의 초과비용이 들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조기상환수수료와 감액할 수 있는 금리를 비교해봐야한다"며 "금융사에 따라 대출가능 금액이 달라질 수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서도 금리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신규로 대출금을 신청하는 소비자라면 은행에 숨어있는 우대금리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은행 대출담당 직원은 0.1%, 지점장은 0.2%~0.3%포인트의 금리인하 재량권이 있다. 이는 은행 지점끼리도 성과를 쌓으려고 그들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에서는 각 지점에게 스스로 마진을 줄이고 늘이는 재량권을 부여해준다. 따라서 똑똑한 소비자라면 인터넷 금리비교사이트를 통해 금리가 낮은 은행을 살펴본 뒤 몇 군데 지점을 방문해보면 이 안에서도 0.2%포인트 내외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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