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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강남에서 쫓겨나는 행복주택…결국 변두리 임대

목동 해제로 잠실·송파 취소 근거 마련

2015-07-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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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그렸던 행복한 임대지도에서 강남은 지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목동 행복주택지구를 해제하면서 강남권 행복주택 까지 모두 취소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유일호 장관은 자신이 국회의원으로 있는 송파구의 행복지구를 취소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젊은 세입자들은 저렴한 임대료로 강남권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국토부는 오는 27일자로 목동을 행복주택 시범지구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국토부는 양천구의 행복주택 지구지정 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를 취소하는 조건으로 지구지정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지난 2013년 5월 젊은이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서울 목동, 잠실, 송파, 오류, 가좌, 안산 고잔지구 등 행복주택시범지구 7곳을 선정했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부동산 공약 중 하나로, 당시 강남 등 도심 한복판에 임대주택을 건립할 수 있도록 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양천구청과 지역주민들은 시범지구 선정 직후부터 강력하게 철회를 요구해 왔으며, 두 번에 걸쳐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공익적인 목적인 소송에서 정부가 패한 적은 없기 때문에 사업을 강행할 수 있었지만, 행복주택 이미지가 갈등과 대립에서 협력과 상생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목동 해제 결정은 단순 행복주택의 이미지 변화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송파구 행복지구인 잠실지구와 송파지구의 해제근거도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잠실지구와 송파지구는 모두 유 장관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는 곳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송파와 잠실지구가 해제될 경우 사실상 강남권 행복주택은 없어지는 셈이다.
 
최근 송파구 삼전지구가 강남 첫 행복주택으로 입주자모집을 했지만 40가구 불과한 소규모 아파트다. 동네 골칫거리였던 노후건물 개축작업이었기 때문에 주민 반대가 없을 수 있었다. 8호선 송파역과 석촌역이 걸어서 30분 거리로 역세권에 짓겠다던 당초 행복주택 취지와 거리가 있다. 같이 모집을 받은 내곡지구는 행정구역상 서초구에 포함돼 있지만 경기 성남 접경지역으로 도심에서 떨어진 논·밭이 익숙한 곳이다.
 
삼전지구와 내곡지구가 이름 뿐인 강남권 행복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입주자모집에서 각각 80:1, 28: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날 모집을 받았던 구로천왕과 강동강일이 각각 5.2:1, 3.3:1을 기록했다. 젊은 임대수요의 높은 강남 진입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국토부는 강남권 행복주택 지정 취소를 가능케 했다. 대체지를 찾는다해도 지역 내 변두리일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잠실이나 송파에서 별다른 요청은 없었지만 양천과 유사하게 계속 협의 중에 있다"며 "결론이 어디로 날지 모르는 것이며, 그보다는 갈등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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