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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남북 갈등의 핵'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소

통일부·외교부 장관 개소식 참석…인권 개선 '실효성' 여전히 논란

2015-06-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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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서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23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개소식을 열고 정식 업무를 시작했다. 유엔의 인권 분야 수장으로 이 사무소를 지휘·감독하는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인권최고대표(HCHR)가 이날 방한해 개소식을 직접 주관했다. 정부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남북관계에 상당한 악재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불참을 통보하는 등 사무소 개소에 대한 반발을 말에서 행동으로 옮긴 상태다.
 
5명가량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 사무소가 표방하는 역할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기록하며 증거를 보존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고 관련국 정부나 시민사회의 관여를 이끌어내는 활동도 포함된다. 아울러 ‘인도주의에 반한 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들을 기소하는 등 책임을 묻고자 하는 유엔의 노력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게 되어 있다.
 
사무소 설립은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1년여의 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결론짓고, 책임 추궁 등 후속 조치를 위한 조직 설치를 권고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그해 3월 COI 권고를 반영한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하면서 HCHR 사무소에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현장 기반 조직’을 설치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HCHR 사무소는 그해 5월 한국에 북한인권사무소를 설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위스 제네바나 태국 방콕 등도 후보지로 검토됐지만 북한과 거리가 가깝고 탈북자들이 많은 한국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와 유엔은 이후 사무소 설치 장소와 법적 근거 마련 등을 협의해 왔으며 지난 5월 각서를 교환하면서 법적 준비를 마쳤다.
 
북한 인권에 대한 유엔 차원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북한인권사무소를 만드는 것이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 정부 기관들이 그동안 해왔듯 탈북자들을 인터뷰하는 것 외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나 통일부 등과 업무가 겹치는 문제도 있다. 사무소를 유치한 남측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남북관계가 더 나빠져 당국간 대화나 민간 대북지원에 악영향을 미치고, 북한의 주민 통제만 더 강화되는 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사무소 앞 기자회견에서 “인권을 대북 압박정책과 적대정책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개소 환영 집회를 열었는데, 이처럼 북한 문제를 둘러싼 남한 내부 갈등과 충돌의 마당이 될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무소 설치를 취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만큼 정부는 사무소로 인해 불거지는 남북의 갈등을 관리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지향과 함께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북한과 특수관계에 있고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인권사무소는 유엔의 기구이기 때문에 개소식에는 외교부 장관만 가고 통일부 장관은 약간의 거리를 두는 식으로 부처간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라며 “통일부 장관까지 개소식에 간 것은 전략적 접근이 아니라 적대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홍용표 장관의 개소식 참석 사실은 통일부 대변인이 전날 한주간 장관 일정을 발표할 때는 없다가 당일에야 공개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장관이 개소식에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서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23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서울글로벌센터 빌딩에서 문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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