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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No動자들

모난돌

2015-05-26 12:24

조회수 : 8,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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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통통하고 풍만한 체구는 부의 상징이었다. 있는 집에서 태어나 고기반찬 여유롭게 먹어본 아이들은 대부분 명란젓같이 통통한 손가락에, 터질 것 같은 볼살을 소유하고 있었다. 힘든 시절 보릿고개를 넘어본 어르신들은 그런 아이들에게 집안의 ‘복덩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부여해주셨다. 과거 통통한 체형은 한 마디로 부의 상징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큰 체구는 부러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비만이라는 사회 문제로 인식되었다.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너나 할 것 없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14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전체 비만 초중고교학생 비율은 15% 정도이고, 보건복지부의 201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율이 2008년 21.6%에서 작년 25.3%로 꾸준히 증가해왔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이들이 비만이 되는 이유에는 패스트푸드 다량 섭취, 체질 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운동 부족(No 動)인 것 같다.
 
운동하지 않는 아이들
 
과거 아이들이 운동을 쉽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놀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무줄놀이, 술래잡기, 말뚝 박기 등의 놀이는 아이들이 하는 놀이 치고는 꽤 숨이 차는 뜀박질을 해야 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방과 후 이러한 놀이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운동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공 하나만 던져주면 해가 지는지도 모르고 공을 차고 놀곤 했다. 그 시절의 아이들에게 놀이는 친목 도모의 수단임과 동시에 운동 수단이었다.
 
사진/바람아시아
 
현재 아이들이 친목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더 이상 그런 놀이들이 아니다. 놀이 시간을 보장해주는 적절한 방과 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대부분 학원을 간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70퍼센트는 사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예전처럼 친구와 놀이터 모래 위에서 씨름하는 대신 방과 후 학원에서 문제집의 문제들과 씨름을 한다. 학교가 끝나면 집 앞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보다 학원에 아이들이 더 많기 때문에, 학원은 아이들의 새로운 친목 형성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학원은 말 그대로 공부만을 가르치는 곳이기에 아이들에게 운동은 시키지 않는다. 친구 간에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제공하지만, 운동 수단으로서 학원은 기능하지 못한다.
 
친구들이 학원에 있기 때문에 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도 덩달아 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기본적으로 놀이는 여러 명이 모여야만 할 수 있다. 그래서 학원을 가지 않는 많은 아이들은 학교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 전원을 누른다. 그리고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격언을 모니터 화면 속에서 몬스터와 싸우며 깨닫는다. 게임 속 세상 또한 학원과 마찬가지로 사교의 장으로서는 약하게나마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손가락 움직임 이외의 직접적인 신체활동은 컴퓨터를 하면서는 전혀 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급증하면서, 스마트폰도 아이들의 운동 부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운동하지 않는 어른들
 
성인이 되고 난 후 운동량은 더욱 줄어든다. 청소년기에는 학교 수업시간에 체육이 필수로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은 반드시 운동을 했지만, 어른들에게는 운동과 관련해 정해진 제약이 없다. 그 결과 어른들에게 운동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버렸다. 소수가 즐기는 취미생활이 된 것이다. 운동을 정말 좋아하고 즐기는 몇몇 사람들은 상당한 시간을 운동하는 데 투자하지만, 그 이외의 사람들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운동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운동하지 않는 어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시간 부족’을 꼽는다. 자신의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자녀 혹은 부모 부양을 위해 일과 공부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그들은 운동하기 위한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실제로 잡 코리아에서 직장인 758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운동 상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5.6%가 운동 부족이라고 답했고, 그 이유로 시간 부족을 든 이들은 36.1%에 달했다. 하지만 그들은 가끔 짬이 나더라도, 평소에도 하지 않았던 운동을 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밀린 업무를 처리하거나 다른 일을 한다.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들에 치여 운동을 점점 더 등한시하게 되면서, 운동하지 않는 어른들은 쉽사리 운동에 다가가지 못한다. 2014년 통계청은 ‘국민 삶의 질 지표’를 통해 1주일 동안 격렬한 신체활동을 1회 10분, 1일 20분, 주 3일 이상 이행한 성인의 비율은 2010년 22.4%에서 2012년 17.3%로 감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른들에게 운동 부족의 결과는 성인 비만과 그에 따른 각종 성인병으로 나타난다. 당뇨, 고지혈증, 허리 디스크, 골다공증 등 영원히 남의 이야기일 것만 같았던 질병들이 운동 부족의 후폭풍으로 어른들에게 다가오고, 쉽사리 고칠 수도 없는 만성 질환들 때문에 남은 평생 약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이러한 성인병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은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으로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니 이제 운동합시다!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현대에 와서 이 말은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해석되었지만, 사실 그가 이 말을 했던 이유는 몸 가꾸기에만 혈안이 된 로마 시대 검투사들을 비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이 말뜻이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랴. 결국 정신과 육체 모두 중요한 것은 그도 인정한 바이니, 학업, 취업, 결혼 등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현대인들은 이제 운동을 해야 한다.
 
유, 청소년 시기 아이들의 충분한 운동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체육과 교육과정 지침을 내려 초•중•고등학생들의 학교에서의 체육 시간을 보장하고 그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 방식을 설정했다. 또한 교육부는 2013년에 2014학년도 입학생부터 학교 유형과 상관없이 모든 고교에서 체육필수 이수단위를 10단위(1단위는 1학기에 주당 1시간 운영) 이상으로 하고 6개 학기에 고루 편성하도록 하는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계획(시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부적인 추진계획에 따르면 2017년까지 모든 초등학교에 1명 이상의 체육전담교사가 배치되고, 현재 46% 수준의 체육전담 교사 배치율을 100%까지 끌어올린다고 한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학교별로 들쭉날쭉한 체육 수업시간이 일정하게 맞춰진다. 2014년 입학생부터는 학교 유형과 상관없이 모든 고교에서 6개 학기 동안 10단위 이상 체육수업을 편성해야 한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부터는 방과 후와 토요일, 방학 등을 이용하여 학교에서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교육부에서 지원을 받는 제도도 시행되었다.
 
학생이 아닌 일반인들이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제도도 어느 정도 확립되어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을 예로 들어보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서울 만들기’를 목표로 스포츠 참여 확대, 스포츠 시설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여러 가지 스포츠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생활 체육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도시 이곳저곳에 간단한 운동 기구들이 설치된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서울에서는 서울에 운동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서울아 운동하자’ 캠페인을 시작했다. ‘서울시민 모두가 운동할 때까지!’를 모토로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 관련 행사를 홍보하고 있으며, 지난 13일에는 청계천에서 도심 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이외에도 많은 지방 도시에서 올레길, 둘레길 만들기, 생활체육시설 증대 등을 통해 운동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더 이상 비만한 체구는 부의 상징도, 부러움의 대상도 아니다. 그것이 병과 같은 불가피한 사정의 결과가 아니라면, 운동 부족의 결과일 가능성이 꽤 높다. 운동 부족은 비만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비만보다 더 큰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는데, 이는 행복하게 오래 살길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거기에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쉽게 운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으니 운동하기에 적절한 조건들이 여러 방면에서 점점 갖추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앞 공원으로 가볍게 운동하러 가보는 건 어떨까? 가벼운 산책이라도 좋고, 조금 격렬한 달리기도 괜찮다. 학원과 회사 업무 같은 일상에 치여 사는 우리들에게 분명, 운동은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좋은 탈출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영은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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