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好실적 반격'..넥슨과 경영권 분쟁 향방 '촉각'

넥슨 "엔씨로부터 답변서 받아..내용은 비공개"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넥슨이 제기한 경영참여 요구에 대한 엔씨소프트(036570)의 답변서가 10일 우편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날 엔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0% 이상 증가한 까닭에 당초 예정일보다 하루 앞서 실적을 공개했다. 양사의 경영권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엔씨의 답변서 내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사진=뉴스토마토DB)

◇넥슨·엔씨 "답변서 공개 계획 없어"

 

양사는 이번 답변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엔씨는 "이날까지 답변을 요구받은 세 가지 안에 대해서는 법과 기준에 의거해 답변을 한 것으로 안다"고만 설명했다. 

 

앞서 넥슨은 지난 3일 주주 제안서를 통해 ▲넥슨 측 이사 선임▲실질주주명부 열람권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이날까지 답변하라고 엔씨를 압박했다.

 

넥슨도 엔씨의 답변서와 관련해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해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입장을 밝힐지는 물론 공개 시기 등과 관련해 현재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엔씨가 사실상 거부 의견 밝혔을 것"

 

시장에서는 엔씨가 넥슨의 요구 사항 세 가지에 대해 사실상 거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엔씨는 지난 6일 넥슨이 주주 제안서를 공개했을 때도 "현재의 경영 활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법과 원칙, 고객과 모든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시해 넥슨의 의견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넥슨 측 인사가 엔씨 이사로 선임되려면 김택진 엔씨 대표 이외의 이사 6명 중 일부를 사퇴시켜야 하므로 상당한 부담이라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넥슨이 자사의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엔씨 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넥슨은 이와 관련 "엔씨 이사로 선임할 인물을 검토할 수 있으나, 특정인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자투표제의 경우 국내 상장사 대부분이 도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고, 주주 명부 열람이 허용되면 넥슨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엔씨가 이에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더구나 넥슨도 이번에 제안한 안건을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의 목적 사항으로 해달라고 지목한 게 아니다. 내년 주총 전 임시 주총까지도 유보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엔씨가 유보적 입장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뉴스토마토 DB)

◇엔씨의 '好실적 반격'..11일 컨콜·3월 주총 '주목'

 

아울러 엔씨는 이날 오전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도 관련 사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엔씨 관계자는 "넥슨이 보낸 주주 제안서는 정식 주주 제안이 아니었으므로 이사회에서 다룰 사안도 아니다"라며 "이사회는 오는 11일 구체적으로 발표할 실적과 3월 정기 주주총회 일정 및 안건을 결정하고 이날 오전 종료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만큼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이날 연결기준 작년 영업이익이 2781억8811만원으로 전년보다 35.5% 늘어났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8% 늘어난 8387억1820만원, 당기순이익은 2275억1929만원으로 4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엔씨는 이사회에서 1주당 배당금 3430원, 김택진 사내이사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을 오는 3월2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엔씨의 구체적 입장은 오는 11일 실적 발표 후 열리는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일부 공개될 전망이 나온다. 특히 양사가 답변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김택진 엔씨 대표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의 경영권 갈등은 내달 주총에서 지분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한편, 엔씨의 최대주주인 넥슨이 요구한 주주 제안은 ▲김택진 엔씨 대표를 제외한 이사 선임권 ▲실질주주명부 열람·등사권 ▲전자투표제 도입 ▲넥슨 또는 제3자와의 협업 강화 ▲엔씨타워 등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 ▲자사주 매입과 소각·배당 ▲보유 자사주 소각  ▲김택진 대표의 특수 관계인 중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5억원 이상의 연간 보수를 받은 경우 보수 내역과 산정 기준 공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