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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사초' 둘러싼 여야 진실공방, 부메랑 누가 맞을까

22일까지 국가기록원서 대화록 찾아보기로

2013-07-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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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의혹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됐던 대화록 원본을 국가기록원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국가기록원이 대화록을 못 찾았거나(안 찾았거나) ▲국가기록원에 이관됐지만 참여정부 혹은 이명박 정부가 대화록을 폐기했거나 ▲대화록이 빠진 채 국가기록원에 이관됐거나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오고 있다.
 
일단 여야는 전문가를 대동해 대화록을 찾아보기로 한 마감시한인 오는 22일까지는 기다려보자면서도 대화록 실종의 원인에 있어선 서로를 의심하는 눈치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일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초(史草)가 없어진 정말 국기문란의 중대한 사태"라고 진단했다.
 
최 원내대표는 "대통령기록물이 참여정부에서 차기 이명박 정부로 그대로 이관됐다면 기록물의 유실 및 삭제는 있을 수 없고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록원 측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이명박 정부 폐기설에 대해 "최종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 대비해 단순한 억지 의혹 제기를 통해서 책임을 전가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반면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록원에 보관된 회의록을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한 것이라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이 100% 이관을 장담하고 있는 만큼 기록원에 대화록이 분명히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인식이다.
 
전 원내대표는 이어 "지난 5년 동안 임기가 보장됐던 참여정부 출신 대통령기록관장과 담당과장을 2008년 7월부터 보직 정지 및 해임시키고,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교체한 과정과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꺼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을 따라 봉하마을로 낙향했던 김경수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봉하마을로 기록물들을 가져갔다가 대화록만 폐기하고 돌려줬을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지원 사본을 가져갔지만 열람권보장의 원칙"에 의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도 실무적으로 협의가 됐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촛불정국 때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이지원을 반납했다는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은 "반납하고 난 뒤에도 극우단체들이 기록원에 안 넘긴 자료가 거기 있는 것 아니냐고 고발도 하지 않았냐"면서 "검찰이 무려 3개월 이상 조사했다. 조사한 결론은 기록원에 있는 기록과 봉하 이지원 기록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애초 당연히 국가기록원에 있을 것으로 여겨지던 대화록이 실종된 황당한 상황에 놓인 여야는 '진실규명' 추진과 더불어 '정쟁공방'을 동시에 벌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여야가 대화록 행방과 관련해 최종 판단을 하기로 한 22일 이후 어떻게든 결론이 나오면 어느 한 진영은 자신들이 견지하고 있는 입장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파기했거나, 이관하지 않은 것이라면 당장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계와 민주당은 NLL 포기 및 사초 유실에 따른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참여정부가 대화록을 비롯한 기록물들을 국가기록원에 분명히 이관했음이 밝혀지면서 이명박 정부나 국가기록원이 기술적·정치적 의도로 대화록을 누락했음이 드러난다면 정부여당은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
 
또한 만약 22일에도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누락된 명백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여야의 진실공방이 격화된다면 정쟁을 일삼고 있는 정치권은 또 한 번 국민적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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