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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맞벌이 힘 빠지네"..전업주부 고민하는 '워킹맘'

맞벌이, 외벌이보다 실질 15% 증가에 그쳐

2012-03-26 14:06

조회수 : 6,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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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른바 '워킹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직장과 가정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벌이 수준이 외벌이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맞벌이 부부의 소득이 외벌이의 2배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불과 15% 많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항상 부족하게 느꼈던 엄마 역할을 되찾을 지, 적지만 가정경제에 도움을 주며 어느 정도 꿈을 이루며 살 것인지 워킹맘들은 고민 중이다.
 
◇맞벌이, 외벌이보다 불과 15% 소득 많아
 
워킹맘들이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감수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가정에 경제적인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맞벌이와 외벌이 수입 규모가 큰 차이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워킹맘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한 달 평균 소득은 496만원으로, 외벌이(370만원)보다 평균 126만원(34%) 많다.
 
그러나 맞벌이 가구가 외벌이 가구보다 가사서비스 비용을 19만원(37%)을 더 쓰는 것을 감안하면 맞벌이가 외벌이보다 15% 더 버는 것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요리와 설거지·청소 등 부족한 가사 노동을 때문에 대체하기 위해 외식을 더 자주 하고, 가사도우미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과 가사 노동을 병행하면서 발생하는 불균형과 아이에 대한 관리 부족 등 삶의 질 저하도 감수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이지선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맞벌이 가구의 실질 소득 수준은 외벌이 가구보다 50% 정도 높았다. 한국 맞벌이 가정의 실질소득 15%를 크게 웃돈다.
 
이는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가 선진국에 비해 큰 데다 한국 맞벌이 주부가 미국 주부보다 더 오래 일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 여성 정규직 평균 임금은 월 156만원 수준이다. 이는 전업주부의 월간 가사 노동의 가치인 161만원에도 못 미친다.
 
◇워킹맘 고충.."애 키우랴, 일하랴"
 
때문에 가정 경제 일조, 꿈 실현 등의 목적을 갖고 워킹맘으로 나선 주부들의 맘은 더욱 심난한 상황이다.
 
우선 잡코리아 등 조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힘든 것을 알면서도 여성들이 일과 가사일을 동시에 하는 이유는 ▲가정에 경제적으로 일조하기 위해 ▲본인의 꿈을 위해 ▲존경받는 엄마·아내가 되고 싶어서 ▲시댁에 당당하고 싶어서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자녀양육 컨설팅기관 듀오차일드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워킹맘들은 '엄마로서의 역할(57.1%)'을 하기가 힘들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는 '자녀양육 시간부족'(44.9%)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으며, '과다한 업무와 시간부족'(22.7%), '가족 간 가정불화'(12.6%), '동료 간 차별대우'(7.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직장과 가정 일을 병행하는 여성 10명 중 9명은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워킹맘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한 달 평균 4~5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를 하는 주부 윤모 씨(33세)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애를 낳은 후 일을 계속 하고 있는데 아침마다 우는 애를 놔두고 출근하는 게 고역“이라며 "또래에 비해 말이 늦고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 마치 엄마인 내 탓인 것만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맞벌이 주부 추모 씨(41세)는 "집에서 놀아 뭐하냐는 시댁 압박으로 결혼 후 처음으로 직업을 구했다"며 "일을 한 후 엉망인 집과 아이들 상태를 보면 '그만둘까'라는 고민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자아 회복 등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결혼 후 직장 생활을 시작한 조모 씨(45세)는 "오랜 시간 내 일을 하고 싶었는데 애를 낳고 18년이 지나서야 겨우 시작했다"라며 "일과 집안일을 동시에 하는 게 정말 힘들지만 맞벌이를 함으로써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선 연구원은 "여성 인력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여성 정규직 평균 임금을 끌어올리고, 시간제 근로나 탄력근무제 같은 유연 근로제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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